평등과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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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폐지될지도 모른다. 1988년 정무장관 2실에서 시작된 여성업무가 여성특별위원회를 거쳐서 2005년 여성가족부로, 2008년 여성부로 2009년 다시 여성가족부로 변화하면서 정체성을 찾으려 애썼지만 내 시각으로는 효용성이 없는 듯 했다. 여성과 남성을 나누어 놓고 여권을 주장한 것부터 성공과 멀어진 것이다. 오히려 사회 전체의 교육과 인식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의 성평등 의식을 조사하면 여전히 성차별 의식을 가진 유아가 있다. 이는 사회와 가정이 성차별적 가치관을 전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 페미니즘 등 여성을 따로 떼어내어 성평등에 접근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여성가족부의 큰 성과로 꼽는 호주제 폐지도 여성가족부의 정체성과 관련 있는 업무로 보이지 않는다. 호적, 호주는 일제가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독립투사의 관리, 감시를 위해서 만들었던 제도이다. 일본은 반민주적이라는 이유로 해방 2년 만인 1947년에 개편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61년을 더 유지했다. 이렇게 늦어진 것은 여성의 권리문제가 아니라 호적과 족보를 구분못한 사회 전반의 비과학적 사고였다. 호적의 폐지는 여성차별의 극복이라기보다 의식의 발전이 이룬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를 제기한 여성단체와 학자들이 있었기에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 의식의 제기는 여성가족부의 업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성평등 의식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공감하고 의식발전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며 유아기 이전부터 접근해야 한다.

유아기 이전부터 부모, 교사와 사회의 성차별적 평가를 받으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연연하게 된다. 자존감 대신 자존심을 갖게 한다. 자존심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 기준을 두고, 자존감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매우 다른 개념이다. 여성성이 강조되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경쟁 구도 속에서 위축되거나 음해와 따돌림을 활용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심리를 갖게 될 수 있다. 남성성이 강조되면 경쟁을 위한 폭력성, 과격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존심을 위한 경쟁 구도는 어떤 식으로 표출되든 스스로에게 발전적이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다. 분홍색, 빨강색, 파랑색을 좋아하는 것은 본인의 취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유아기에 ‘남자색, 여자색’에 몰입하는 것은 취향을 갖기도 전에 성차별 의식을 키울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예쁜 여자, 힘센 남자’라는 어른들의 가치관은 유아들에게 자존감, 자신감, 발달 의지, 도전정신 등의 발달을 방해한다.

여성가족부가 탄생한 2005년 사회 전체의 성역할 차별을 조사한 패널 데이터를 이용해서 연구를 했었다. 여성들은 학교에서 전혀 성차별을 느끼지 않았고, 사회, 직장에서 느끼는 성차별도 미미했지만 가정에서 가장 큰 성차별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가정에서 사랑하는 딸이 당당하게 자라기를 바랄 텐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가정 내의 크고 작은 관습 때문일 것이다.

석성숲유치원에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은 유아기 성평등의식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며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석성숲유치원에서는 “남자가 왜 울어?” “여자가 왜 뛰어?” 등의 성 고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여아들의 치마는 활동성의 문제도 있지만 타인에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까 봐 금지한다. 남아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칙을 강조한다. ‘잘했어’라고 알맹이 없이 결과를 칭찬하지 않는다. 이는 모두 성별에 관계없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실천전략이다.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들이 함께 놀이를 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유아기부터 다른 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을 체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존중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기 때문에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는 것이다. 미디어에 노출되어 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이성에 대한 호기심만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유아기에 여성과 남성이 갖는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2차 성징 이후의 청소년이나 성인의 성과 유아들의 성에 대한 관심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유아기에 나와 다른 친구를 이해하는 기회를 주고 자신의 신체를 청결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유아들의 성향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의도적으로라도 성차별적 언행을 삼가야 한다. “남자애가 싸울 수도 있지, 저 여자는 예쁘다,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 여자답게 노네, 예쁜 우리 공주님” 혹시 오늘도 이런 언어를 무심코 사용했다면 내 자녀의 발전 가능성을 반으로 줄이고 자존감을 자존심으로 바꿀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4. 08.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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