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아나 아동에게 피해, 가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성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어떤 형태로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에 놓이면 모두 피해자이다. 가정에 있는 시간이면 양육자가 책임지고 돌보아야 하고, 교육기관에 있는 시간이면 교육기관에서 책임지고 돌보아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은 유아들끼리의 분쟁이 거의 없다. 그 원인을 유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는 못 하니 선행연구를 토대로 추측하였다. 충분한 바깥활동, 적은 인구밀도, 주입식 학습을 지양하는 수업방식, 놀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 자발성을 강조하는 교육방법, 발달단계에 맞는 인성교육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유아들이 놀다가 조금씩 다치기도 하고 친구의 말에 상처받기도 한다. 그럴 때 유아들의 말에 너무 지나친 걱정을 하는 부모님들은 이런 상황들을 폭력, 왕따로 확대하여 해석하기도 한다. 매스컴을 통해 심각한 학교폭력, 왕따 기사를 보았기 때문에 생긴 인식이다(임은정, 2012). 그리고 부적절한 대인관계 성향을 지도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미래에 우려한 대로 될 수도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유아기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이후 학교폭력에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문제가 대두되어 사회적 관심이 쏠리던 2012년, 학교폭력 대책위원회, 징계 강화 등을 골자로 2008년에 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약칭 ‘학폭방지법’)이 전면 개편되었다. 당시 서울교대로 연구용역이 들어왔고, 학교폭력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연구를 하며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 많았지만, 유아교육 전공자인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여아들의 왕따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조짐이 있지 않았을까? 전조현상은 무엇일까? 채워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유아기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성적인 문제조차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야 하고,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유아들의 행동은 인식, 지식의 부재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을 확률이 높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지도해 주면 바른 습관을 형성하고 사회적 행동양식을 익히게 되므로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모두 교육받아야 하는 유아이므로 피해, 가해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2012년 연구결과로 부모는 학교폭력을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확대해석 혹은 축소해석을 하는 경향이 나왔다. 부모의 감정코칭 요인분류와 매우 비슷하다. 감정을 확대 해석하거나, 축소 전환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인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는지도 모르겠다. 유아들은 자라서 학교폭력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직접적인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목격을 하는 방관자 역시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다. 부모는 자녀의 든든한 상담자, 대화상대가 되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을 상대로 연구한 인터뷰에서 부모님이나 교사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가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고, 오히려 흥분해서 저만 더 힘들어질 것이니까요.”라고 답했다. 부모님이나 교사가 “정말 힘들었겠구나, 함께 힘을 모아서 해결방법을 찾아보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를 얼마나 힘들게 했니?”라고 포용하는 자세로 들어주고 차근차근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흥분하거나 “네가 평소에 무시당하게 행동하니까 그렇지.” 등의 비난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어보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00이가 오늘도 괴롭혔지?”처럼 ‘예’, ‘아니요’로 답하는 폐쇄성 질문은 피해야 한다. 이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물어보는 것이다. “00이가 매일 때렸다고 했잖아. 맞지? 똑바로 말해야 해.” 등 협박하는 식의 편파적인 질문을 해서도 안 된다. “당장 그 아이 혼내줄게” 등의 계획 없는 행동이나 말을 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일단은 힘들어하는 자녀에게 공감해주고, 함께 대화하며 등하교를 하는 등 힘든 시간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
유아기부터 미리 부모도 연습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모두에게 득이 되도록 처리를 하는 현명함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다. 내 자녀가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된다면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동시에 관찰과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 유아들의 인성활동 주제 중 하나인 ‘양쪽 이야기 모두 듣고 판단하기’연습이 성인도 필요하다. 유아들의 기관 내 분쟁을 부모끼리 사과하라거나, 연락을 하라고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조치일 뿐만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므로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석성숲유치원의 방침이다. 이와 비슷한 교육부 연수자료가 2021년 올해에 나왔다. 유치원 현장에서 유아들끼리의 분쟁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세한 매뉴얼이 나온 것 같다. 여기서도 가해유아라는 용어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처음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6. 30.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