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은 일상을 스스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아들이 스스로 하도록 교육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서 막연한 공염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아들의 하루하루는 새로움의 연속이어야 하고 매 번 새로운 활동들은 도전을 하는 과정이다. 아마 성인들에게 이렇게 도전하고 배워야하는 하루하루를 견디라고 한다면 힘들어 할 것이다. 유아들이 스스로 하다가도 이내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이 해낸 결과와 어른의 결과를 비교하게 되어 자신감을 잃게 된 것, 성인의 조급함, 유아 스스로 참고 해내는 것을 힘들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아들이 힘들어도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고 성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아래의 일화기록은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에 도전하는 가을반 한 유아와 담임의 대화이다.
인정: 선생님 저는 잘못하니까 숫자로 해주세요.
교사: 알겠어요. 하나, 둘, 셋. … 인정이 이 정도 실력이면 다음에는 ‘꼬마야 꼬마야’로 도전해도 되겠어요.
인정: 그럼 다음에는 노래로 해볼게요!
교사: 그래요.
인정: (꼬마야 꼬마야 노래에 맞추어 줄넘기를 시작하지만 한 번 넘고 줄에 걸린다.) 아..
교사: 인정아, 그럼 처음에는 숫자로 세다가 어느 정도 넘으면 선생님이 노래로 바꿔서 불러줄까요?
인정: 네!
교사: 1, 2, 3 … 꼬마야 꼬마야 ~
인정: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를 끝까지 성공한다.)
인정: 어!? 끝까지 했다!
교사: 인정아! 끝까지 해낸 거 축하해!
인정; 선생님 저 또 할래요!
교사: 그래요!
이 대화를 통해서 가정에서도 유아들의 자발성과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전략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인정이는 처음 자신이 노래에 맞추어서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도전해야 할지 스스로 정했다. “선생님 저는 잘 못해서 숫자로 해주세요.” 이 제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인지하고 단계별로 도전하는 메타인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못하니까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도록 용기 내는 모습이다. 이런 자세는 여유 있는 환경과 기다림이 있어야 가능하다. 만약 같은 능력을 요구하고 같은 목표를 달성하도록 한다면 이런 계획이나 도전은 불가능하다. 같은 교과서, 같은 시험에 노출되지 않은 여유로운 환경이 이어져야 발전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이다. 교사가 “인정아, 그럼 처음에는 숫자로 세다가 어느 정도 넘으면 선생님이 노래로 바꿔서 불러줄까요?” 할 수 있는 것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성공의 기쁨을 알게 된 후 인정이는 재도전하고 흥미를 갖게 되었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도 어려우니까 처음부터 포크만 사용하는 것은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크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커서 정확하게 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유아기처럼 손의 섬세한 움직임이 자존감의 형성과 뇌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미 그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밥을 먹는 것 이외의 가치는 없다. 가정에서 유아가 젓가락 사용을 어려워 한다면 손에 힘이 들어갈 수 있는 조금 굵은 것으로 사용하면서 점차 높은 단계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성공을 격려해 주면 좋겠다. 의존하려 하거나 해달라고 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엄마가 해주면 인정이의 발달을 방해하는 나쁜 행동이라서 해줄 수가 없다’고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아래의 일화는 운동 발달 시간의 가을반 일화 기록이다.
운동 발달 활동 전 어린이들이 지칠 때까지 오래달리기를 해보았다. 수찬이는 마지막까지 달리기를 하면서 성실하게 지구력을 보여주었다. 한번 지쳐서 앉으면 끝나는 규칙인데, 000,***, $$$, &&&이 교사의 눈치를 보며 쉬었다 뛰었다를 반복하려 하여 주의를 주었다.
이 일화에서 수찬이는 달리기만 성실하게 참는 것일까? 일상에서의 수찬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려고 도전하고 생각하는 유아이다. 규칙 지키기가 어렵고 자신의 판단보다는 환경에 따라서 행동을 결정하는 유아들은 평소에도 창의성과 자존감을 높이는 활동을 하기 어렵다. 규칙 지키기와 발달의 관계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해 보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9. 12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