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졸업 후 대안교육을 선택한 학생들을 통해서 유아기의 발달이 이후의 생활 및 학업에 미치는 영향을 현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선행연구를 통해서 내가 정리한 바로는 만족지연과 메타인지가 학업과 가장 관계 깊은 변인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한 두 가지 변인으로 학업성취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인성적 변인은 밝혀진 것도 있고 아직 밝히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경험을 통해서 유아기 행복과 이후의 삶이 풍요롭기 위해서 특히 유아기에 집중해서 관찰하고 교육해야 하는 변인을 정리했다. 이는 나의 통찰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며 OECD, NAEYC등의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에게 이 변인을 교육적 과제로 실천하려 노력해 왔다. 가능한 것은 검사를 하면서 부모님의 도움도 요청하고 교사도 각각의 유아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자료와 학령기를 연결시켜 관찰해보니 유아기의 발달적 특성은 학령기에 대한 예언력이 높았다.

한숲에서 대안교육을 하면서 학습에 대한 흥미와 몰입, 사고의 다양성과 깊이,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 등이 유아기 발달적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국가에서 정해준 내용의 책(교과서)을 도구로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암기하는 방식으로 학교에 다닌 세대는 학습과 주입식교육을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학습을 주입식 교육과 동일시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최근의 연구결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잘못된 고정관념이므로 학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대의 지식은 귀한 책에서 선별적인 사람이 전달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지 획득 가능한 대상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학습되어야 하는 중요한 기능은 전달하는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찾아서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정확한 지식을 선별하여 유용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학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는 시대의 학습은 단순한 암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모으고, 수정하고, 새로운 것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좀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업이 있을 때에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참고 이어갈 수 있어야 학습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자리에 앉아서 오래 한 가지를 하는 것을 몰입과 집중이라고 하지 않는다. 긴 시간 참을성을 가지고 다음에 이어서 할 수 있는 끈기가 진정한 집중이며 몰입이다. 주입식교육도 참을성이 필요하다. 내가 힘든 것을 참고, 암기하고, 노력해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다. 어쨌든, 무엇인가를 배우고 터득하기 위해서는 참을성이라는 덕목이 가장 필요하다. 이 참을성은 타고난 기질이라기보다 유아기에 습득되는 성향에 가깝다. 참을성은 자기조절력, 만족지연, 성역할반편견 모두와 관련이 된다.

위의 표는 학령기가 되었을 때 영향을 미치는 유아기의 변인을 정리한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사례를 설명할 수는 없어서 한 가지씩 주제를 정하여 이어가려 한다. 이 표를 보면서 10살, 20살의 학업성취와 행동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며, 유아기부터 누적되어온 결과임을 모두 함께 공감하기를 바란다. 부족한 정서적 성향은 유아기에 부모님의 양육태도와 사고의 변화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며, 양육환경의 변화로 달라지는 유아들을 보면서 교사들은 보람을 느낀다.

위의 표에서 ‘유아기에 기대되는 목표’에 못 미친다고 생각되는 유아들은 대부분 ‘발달지연이 학령기 학업에 미치는 영향’을 겪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유아기 양육환경의 시사점’을 참고하여 부모와 교사가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기대하는 인간상’에 근접할 수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4. 1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