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점차 없어지거나 포괄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유아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영역만 정할 뿐 교사와 유아가 몰입할 수 있는 과제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치원 개원 1,2년 동안 특히 재밌게 몰입하는 주제와 그렇지 못한 주제가 있는지 연구를 한 결과 유아들이 늘 접할 수 있는 주제에 몰입하기 수월하다는 기본적인 이론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 유치원은 ‘핵심어’로 접근한다. 교통기관보다는 경전철, 식물보다는 버섯이 유아들에게는 친근한 핵심어인 것이다. 활동의 목표와 결과는 대동소이 하지만 유아들의 몰입도는 전혀 다르다.
핵심어에 몰입하기 위해서 자극적인 만화, 장난감등을 배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상업화된 콘텐츠는 처음부터 목적이 흥미를 끌기 위한 것이므로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유아들끼리 인지적 대화가 매우 줄어들게 된다. 잠재적 교육과정이 의도한 교육과정을 앞서게 되는 것이다. 핵심어의 조건은 우리가 영상이나 책으로 보던 것을 실제에서도 보고 만지고 조작하고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핵심어 자체를 학습하는 것은 미미한 일부이다. 핵심어로 관심을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한 후에 다양한 놀이를 통해서 활동목표를 달성한다.
우리가 하는 핵심어로 놀이하는 활동의 수가 많게는 109가지에서 적게는 40가지 정도가 된다. 3년간 나선형으로 반복하고 활동하는 것이 유아들의 사고를 넓히게 된다. 세종대왕이 무엇을 한 왕인지 아는 것은 쉽다. 하지만 숲에다 집현전을 짓고 학사가 되어보는 놀이까지 하는 것은 유아기에만 가능한 특권이다. 이렇게 몰입하기 위해서 새로운 핵심어를 시작하는 활동이 늘 고민이다. 동화, 노래가 가장 자주 사용되는 도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눈이 오면서 잊고 있던 가장 가까운 실물이 가장 좋다는 이론을 유아들이 일깨워주었다. 봄반의 평가 내용이다.
원래 동화에 나오는 겨울눈을 보고 숲에 나가 찾아보려고 했지만 오전에 얼음썰매를 타고 와 숲에서 겨울눈을 찾아본 뒤 동화를 봤다. 하지만 오히려 숲에서 찾아본 뒤 동화에 나오는 겨울눈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게 나오니) 동화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류: 숲에서 실물을 볼 수 있다면 미리 보고 다음 활동을 하는 것이 좋겠네요. 잊고 있던 사실을 유아들이 일깨워 줍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2. 17.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