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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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회성, 정서, 인성을 학습지로 하라고 홍보하는 회사를 소개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되지만 어디까지 하는지 보려고 수신차단을 하지 않았더니 그 프로그램을 하는 유치원만 살아남을 것처럼 일주일에 몇 번씩 홍보 연락이 온다. 교육기관에서 다른 사람이 만든 자료와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수준이라면 그 기관은 문을 닫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공교육에서도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정해진 과정 그대로 사용하는 수준이니 교사도 학생도 발전이 없는 것이다. 어쨌든 그 상업프로그램이 전문가가 출연하는 모 방송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유아의 행동을 개선하는 것이 방영되니 꼭 보라고 했다.

방송사 소개 글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엄마 언제 와? 왜 답장 안 해? 전화만 하루 최대 20통! 엄마에게 끊임없이 연락하며 집착하는 금쪽이. 심지어 친구한테도 과도하게 전화하며 같이 놀자고 애걸복걸하는데……. 이유를 알고 싶지만, 속마음을 숨기는 금쪽이 때문에 답답한 엄마. 갈수록 깊어지는 모녀의 갈등……. 과연 오은영 매직으로 풀 수 있을까?”라고 되어 있다.

전문가의 조언과 상업프로그램은 아무 관련이 없었다. 방송 중에 할머니와 어린이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소개할 뿐이었다. 마치 이 회사가 방송제작비용을 부담한 것 같았다. 다른 방송에서 갑자기 음료수를 마시고, 건강식품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일 뿐이었다. 교육관련 방송과 상품에 대해 과학적 비판의식을 갖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예전에 오래 했던 비슷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도 모든 것이 설정이었다는 제보로 인해서 신뢰를 잃어 중단되었었다. 교육을 위해서 설립한 국영방송조차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시청률 경쟁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유아, 아동 프로그램이 자극적이고 알맹이 없이 장난감의 구매욕만 부추기는 등 이론적으로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 많다.

얼마 전 광고에서 메타인지를 길러주는 유일한 인터넷 학습이라는 광고를 보았다. 석성숲유치원 학부모님들은 메타인지가 학업성취의 예언도가 크다는 것을 알고 계시니, 이런 광고를 보면 훨씬 더 끌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자신이 아는 지식과 확실하지 않은 지식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학습지로 길러지는 것인지 궁금해서 여러모로 검색해 보았다. 결국 테스트에서 많이 틀린 문제를 더 듣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찾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수동적인 학습일 뿐 역시 메타인지 능력과 별 상관이 없다. 이제 곧 유치원을 떠나는 유아들이 걱정되어서 상담 때 학령기의 시간 활용계획을 여쭈어보도록 했었다. 아마 담임교사들이 가을반 부모님들께 여쭈어보았을 것이다. 가장 사고하기 좋은 오전시간에 학교에 있게 된다. 이 시간에 학생들이 얼마나 사고를 하고 스스로 학습을 하고 있는지 살피고 관찰해야 한다. 끊임없이 누군가의 설명을 들어야 하고 짜인 시간표와 교육내용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학생들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 것이기에 대응책을 찾아 놓아야 한다.

학령 초기 학습은 지식의 주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학습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서 학습하는 경험을 시작하도록 미리 고민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유치원에서 놀기만 했지만, 유아들은 다양한 지식과 사고력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지적 자극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자기주도적인 지식구성 능력을 키웠더라도 학령기에 지시적인 학습과 사고하지 않는 습관을 갖기 시작하면 금방 수동적인 학습자가 되어버린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해서 디지털기기 의존을 조심해야 한다. 스스로 규칙적인 시간구성을 할 수 있도록 혼자 있는 안정적인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령 초기는 ‘학교 밖 놀이’는 위험하다는 바네의 최근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다. 어떤 친구와 어떻게 놀이하고 시간을 보내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성인이 없는 장소의 놀이에 대해서 경계해야 한다. 가정에서 바람직한 놀이를 하고 자기통제가 가능하도록 시간과 약속을 지키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은 놀이중심이다. 이 놀이들은 학습의 발판을 만드는 과정이며 학령기가 되면 이를 기초로 성실함과 자기주도적인 태도로 학습의 기술을 익혀나가야 한다. 유아기에 혼자 놀기가 되어야 학습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혼자 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며 이 기반은 유아기, 학령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학부모들도 부모역할은 처음이기에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비과학적인 방송, 광고, 영업사원, 옆집 어머니의 말을 따르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정해서 상담을 해야 도움이 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11. 22.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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