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들에게 우리가 지도하는 대상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유치원 교사의 역량과 역할은 대학교수, 중등교사, 초등교사보다 더 많이 어렵고 학습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가장 크다. 유치원 내에서도 가을반 보다는 여름반이, 여름반 보다는 봄반이 선생님들의 영향을 더 빠르게 받고 유아들의 발달과 변화도 빠르다.
반면 봄반은 교사가 학습자(유아)의 발달과 정서를 이해하고 활동(수업)을 하는 내내 유아의 마음읽기에 집중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들의 발달특성상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옳은 것만을 늘 말하는 내가 지켜보기에도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음을 느끼고 안타깝다. 그래도 늘 유아들이 부모님의 손을 놓고 선생님을 만나는 순간부터 수업이 시작된다는 것을 선생님들에게 강조 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선생님들은 사진까지 찍는다. 가끔 내가 찍어주고 싶지만 연습이 덜 된 탓에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가 일쑤이다. 선생님들은 사진을 참 잘도 찍는다. 난 수업이 중요하니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하지 말라고 말한다. 시간이 오래 흐른 뒤 유아들과 나눈 한마디가 유아들을 변화하도록 하는 것이지 사진을 남기는 것은 발달에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사진을 보며 유아들의 설명을 들어주고 생각을 떠올려 주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사진의 의미는 전무하다.
그렇기에 부모님들께 사진을 보내드린다는 약속을 처음부터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사진을 남겨서 부모님과 대화하며 메타인지를 자극하여 가정에서도 유치원의 교육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 사진 찍기에 몰두하여 유아들과의 수업에 방해를 받는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기에 아직도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산에서 교사가 휴대전화를 만지며 유아들을 방치한다는 오해를 받은 적도 있다. 반면 사진이 너무 없다고 속상해하는 부모님도 계셨다.
교실 내 미세먼지가 풀지 못한 숙제이기에 은폐되고 있지만 나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것처럼 그냥 덮어두기에는 개운치 않은 또 다른 하나의 문제가 사진이다. 나의 결론은 다음 해 후배들에게 자료가 되어줄 정도의 사진 외에는 수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사진을 찍자고 교사들에게 권유했다. 그리고 유아들의 사진은 부모님께 전달되면 최소한의 수업자료만 남기고 삭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SNS에도 올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유아들이 앞으로 어떤 자리에 있게 될지 모르므로 최대한 모든 정보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3. 14.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