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비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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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유아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자연이 많은 것을 준다는 것은 이미 선각자들이 말하여주었지만 나 역시 한사람의 학습자이기에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이론들을 검증하고서야 확신을 갖는다. 사실 나는 자연을 접하며 자라지 못한 사람이라서 유치원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프뢰벨(froebel)이 유치원을 아기들의 정원(kindergarten)이라고 하고 교육의 아버지 페스탈로찌(Pestalozzi)가 마지막에는 자연에서 농사짓는 학교를 운영하였다고 그냥 암기하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 학자들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정말정말 공감한다. 봄비가 내린 오늘 동시 하나를 지었다. 이 동시의 제목은 아직 짓지 못했다. 유아들과 상의를 해보아야겠다. 이 동시의 지은이는 내가 아니다. 봄비가 온 오늘 유아들이 발표한 예쁜 말이 아까워서 내가 편집 한 것이다. 이런 표현이 나오는 힘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조건은 자연이었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자연이 주는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음을 해가 거듭 될수록 느낀다. 매년 과년도의 자료를 참고하여 계획하지만 올해는 진달래 화전을 못 먹을 뻔 했다. 계획된 날 전에 비, 바람이 유달리 많았었다. 만 5세 들은 높은 곳까지 가서 간신히 진달래를 구해왔다. 이처럼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면 자연이 주는 수업자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두 번째 조건은 교사의 연구이다. 유아들이 이렇게 예쁜 말을 하기까지 우리 교사들은 창의적 발문에 대해서 연구하고 복습하고 연습한다. 무작정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쉽다. 유아들에게 전하는 지식은 뻔하니까. 하지만 어떤 활동에서 어떤 질문을 할지 끊임없이 연구하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에 유아들이 관찰할 수 있고, 놀이 할 수 있고, 독창적으로 표현 할 수도 있다.

세 번째 조건은 우리 유치원 부모님들의 자신감이다. 유아들의 행복과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은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롱잔치, 잘 써진 학습지, 예쁜 미술결과물을 부모님 모두 원했다면 교사나 유아나 여유롭게 이런 관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부모님은 유아들이 그런 친구들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 사진이 부러울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을 과연 부러워했을까? 무대 뒤의 모습과 시간을 유추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어야겠다. 위 동시는 자연, 연구하는 교사, 자신 있는 부모님 세 가지 조건이 잘 어울려서 나온 결과물의 하나다. 점점 더 창의성을 더해가는 우리 유아들이 정말 사랑스럽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4. 1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