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와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해서 한번쯤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주 유아들의 인성활동과 연계가 되었다. 유아들의 교육과 미투운동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대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유아교육으로 생각하는 내 재주(?)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유치원에서 “남자애가~~” “여자애가~~” 라는 표현을 금지하는 것, 여성성이 강조된 옷차림을 금지하는 것, 남자어린이들도 울어야 한다고 하는 것 등이 모두 유아기부터 성역할 인식을 ‘존중’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이론들을 반영한 것이다.
지구의 반은 나와 다른 성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인적자원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어느 한 쪽의 인재만으로 더 이상 사회가 발전하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인식은 남성이라는 반쪽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권력형 성폭력이 생긴다. 여기에서 사회의 인식은 유독 남성들의 의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여성들의 옷차림으로 성폭력을 당한다는 말도 아니다. 이미 성인이 된 여성들이 자신의 개성대로 옷을 입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존중해 주는 것이 맞다.
사회적 의식을 남성과 여성이 서로 존중하고 소중한 동반자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여성은 예뻐야 하고 남성은 씩씩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사회와 교육계를 바꾸어야 한다. 적어도 유아기(만 8년)동안에는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유아기가 지나서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서 분홍색, 빨강색, 파랑색을 좋아 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단지 환경과 성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유아기에는 취향과 성향을 한껏 살릴 수 있도록 주위의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유아들이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와!! 공주같이 예쁜 옷을 입었네” “와!! 너는 사나이답게 잘 생겼구나” 등의 인식을 심어주면 유아들은 은연중에 자신을 반쪽으로 가두어 버린다. 성역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것과 성정체성으로 인한 소수자가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우리는 아직도 이런 과학적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미투운동으로 인한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과 ‘미투 운동으로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두 주장이 모두 보호 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미투운동의 피해자는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여성들 중에는 자신의 성을 악용해서 음해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여성성이 강조되며 자라는 유아들 중에는 음해와 따돌림을 교묘히 사용하는 유아들이 생겨난다. 이는 성폭력 만큼이나 무섭고 반 사회적인 행동이다. 본인의 성에 대한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억울함을 사회인식이 무서워서 말도 못하는 여성들이나, 힘을 이용하여 여성을 마음대로 하려는 남성들의 한심한 힘자랑은 모두 유아기부터 배웠던 교육의 결과이다.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역할 가르기가 없어져야 한다. 특히 유아기에는 성역할 가르기를 하지 않아야 모든 발달이 빨라진다. 우리 유아들의 성 인식을 적어본다. 각 반별로 아래의 내용이 겹쳐졌다.
T: 여자와 남자의 공통점을 이야기 해 보세요.
-
- 우리는 다 같은 친구에요.
- 다 똑같이 생겼어요. 눈도 있고 코도 있고.
T: 그럼 남자, 여자 친구가 함께 놀이할 때 좋은 점을 이야기 해 보세요.
-
- 다른 생각들이 모이면 더 똑똑해지잖아요.
- 할 수 있는 놀이가 더 많아져요.
- 사람이 많아지니까 재밌어요.
우리 유아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유아들은 사회에 만연한 편 가르기식 사고를 하지 않고 성인들 보다 바른 성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유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 온전히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우리나라 모든 유아들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우리 유치원의 유아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행복지수 꼴등,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우리 유아들이 벗겨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4. 2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