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4번째 심는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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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하는 부모님들 중에는 왜 잔디도 없고 이러냐고 하시기도 한다. 난들 파릇파릇한 잔디밭을 왜 꿈꾸지 않았겠는가? 그동안 3번이나 그 넓은 땅에 연휴를 기회삼아 잔디를 심었었다. 유아들은 잔디가 앉기도 전에 신나게 뛰어다니고, 모래 뿌리고, 뜯어다가 피자도 만들어서 모두 잠시 파랐다가 실패했다. 파란 잔디밭이 있는 유치원을 보면 그 비법이 궁금하다. 들어가지 말자는 약속을 너무 잘 지키는 유아들만 다니는 유치원일까? 유아들이 직접 잔디를 심었기 때문에 애착을 가지고 키웠을까? 유아들과 갈등이 생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잔디를 심은 결정을 반성하며 유아들이 놀이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유아들은 자신이 심은 작물이나 꽃은 매우 아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시 유아들이 직접 잔디 심기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해볼까 고민 중이다.

유아들과 과한 약속을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되므로 유아들의 안전에 지장이 없다면 약속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른들의 편의를 위한 약속은 하지 않아야 한다. 유아들도 어른처럼 알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약속도 있다. 약속을 어겨서 꾸짖는다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늘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킬까봐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고 많이 지적당한 사람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잘못을 모른 척 하거나 혹은 괜찮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안 되지만 관심과 이해 속에서 잘못하는 행동을 고쳐나가면 된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00가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혼내지 않을거야” 라고 말해주고 지켜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으로 족하다. 지적을 당할수록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고 싶어지고, 점점 더 지적에 대해 둔감해 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지적당한 기억뿐이며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되새길 기회를 갖지 못한다.

버릇 혹은 습관을 가르친다거나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유아들의 정서에 상처가 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그런 부모님은 없겠지만 때린다거나 지적 할 때 진정 이것이 유아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규칙 이전에 관심과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혹시 ‘부모님이나 성인이 편하기 위해서 정해진 약속은 아닐까?’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4. 1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