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한글을 읽는 유아들을 대상으로 부모님들께 한글을 익힌 경로에 대해서 설문을 했었다. 가을반은 85%가 한글을 읽을 수 있고, 여름반은 25%가 읽을 수 있다. 봄 반은 한명이 읽을 수 있다. 한글을 읽는 것 보다 글에 담긴 뜻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해발달’ 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봄반부터 유아들에게 의미가 있고 사회관계 발달을 위해서 필요한 친구이름 구분하기 환경조성을 시작한다. 부모님들도 눈치를 채셨겠지만 우리 유치원 가방장이나 신발장은 봄반부터 사진이 아닌 한글로 자리를 표시한다. 처음에는 위치와 눈치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친구들의 이름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한글을 읽는 것이 유치원 교육의 목표에는 들어있지는 않다. 그냥 생활을 하면서 한글과 문자를 미루어 짐작하고 어느 순간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되는 것이 우리 유치원의 목표이다. 한글공부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들은 일상에서 한글에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연구와 적용을 한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 친구이름표 찾아주기 등을 시작으로 매일 1-2분씩 한글을 접한다. 짧은 시간의 꾸준한 활동들이 모여서 가을반이 되면 한글과 가까워진다. 이번에 문해 발달 경로를 설문했던 것은 이런 교사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적이었는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 한 명의 유아만 학습지를 잠깐 했었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서 정말 우리 부모님들께 감사했다. 응답을 해주지 않은 8명 정도의 유아들은 통계에 넣을 수 없지만 응답해준 유아들은 대부분 유치원에서 알게 되었다고 응답해주셨다.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때나 옆집 친구들이 읽기 시작하면 학습지를 시킬지 고민이 되셨을 법도 한데, 오래 기다려 주시고 가정에서 읽는 것을 도와주신 덕에 우리 유아들은 학습의욕을 잃지 않고 읽게 되었을 것이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매일 해야 하는 활동이 시간은 짧아도 잊지 않고 실행하기가 부담이 된다. 애초에 한글을 읽는 것은 교육목표도 아니니까 차라리 학습지로 한글을 익히고 오라고 하는 것이 훨씬 편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에서 교사의 배려로 익히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실천을 한다. 우리 유아들이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하는 성인이 되길 기원하면서…..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7. 04.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