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푸드머스 초코케잌 8일 오후 5시 기준 55개 급식소 2161명에 달한다. 전국 학교, 유치원 171곳에 납품하여 더 지켜봐야…. 매경 2018.9.8.일자]
[급식사고가 난 4개 학교는 개학 이후 한 업체가 위탁급식을 해왔다. 하지만 3차례 유찰 끝에 겨우 위탁급식 업체가 선정된 데다, 3천원 중반(유치원은 2천원 중반)의 급식비로는 품질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18.9.5.일자]
교육이야기를 다른 내용으로 썼다가 이 기사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 풀무원(HACCP)이라서 식단에 자신 있다던 학교(유치원)들은 큰일 났다. 이번 사태가 ‘달걀액’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한다. 단가에 식재료와 식단을 맞추는 것이 급식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 영양교사曰 “어떻게든 단가에 맞추어 준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단체급식용 식재료 주문창을 보여주었다. 햄버거스테이크라고 하는데 우리가 구매하는 돈육의 15% 단가(1Kg에 3000원)부터 70% 단가(1Kg에14000원)까지 있었다. 가공과정을 거친 식품이 더 저렴한 것이 궁금해서 1봉지를 시켜보았다. 기계발골육을 찾아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한번 해볼까요?” 하는데 비위 상하니 하지 말라고 했다.
납품재료는 급식사고만 없다면 현행법에 저촉되는 식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이 왕성한 시기의 학생들에게 안전성 기준 이하라고 해도 첨가물이 들어있는 음식을 마음 놓고 제공해도 되는 것일까? 왜 학교급식을 더 저렴한 재료로 하는 것일까? 당장 눈에 보이는 식중독보다 미래에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언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져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모 공립유치원이 학부모에게 공개한 식단을 보게 되었다. 지면관계상 2주 식단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반찬에 표시해 보았다.
조각서리태콩밥
미역국-황태 사태김치찜 숙주맛살무침 방울토마토 딸기생크림케익 . |
기장밥
물만두국 뼈없는닭갈비 머위들깨볶음 나박김치 바나나 |
볶음밥-치킨
콩나물국 단무지무침 소떡소떡 배추김치 수박 |
혼합잡곡밥
두부된장찌개 콩나물부추무침 캠핑모둠구이 (돈육, 소세지) 배추김치 |
잡곡밥.
햄모듬찌개 애호박새우살볶음 임연수어카레구이 총각김치. 꿀떡 |
차조현미밥
얼갈이배추된장국 편육 . 삼색겨자냉채 배추김치. 수박 |
찹쌀밥
참치김치찌개 청포묵무침 고등어구이. 깍두기 포도 |
기장밥
팽이버섯실파국 어묵야채볶음. 떡갈비 배추김치 수박 |
찰보리흑미밥
어묵국 햄감자채볶음 코다리땅콩강정 배추김치. 방울토마토 |
잡곡밥
오징어무국 미트볼케첩조림 숙주미나리무침 깍두기 포도 |
교사들이 “김치는 왜요?”라고 하였다. 함께 공개된 식자재 구입내역에 우리는 0원으로 잡혀있는 “김치류” 구매가 따로 잡혀 있음을 보고 금방 이해했다.
그럼 이번 사건의 책임은 누가 지나? 급식조차 하청에 하청을 하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고 있다. 교육자가 아닌 업체가 만들어낸 교육을 하는 것이나 업체의 음식을 사서 제공하는 것이나 모두 교육자들의 배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은 교장(원장)이 최종 책임자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교장이 책임을 지게 되면 인건비 때문에 사다 먹이는 급식은 안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사립이라서 원장의 권한으로 부모님들이 더 부담하고 교비로 지출을 하지만 공립은 그럴 수 없으니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전국적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는 먹거리는 푸드 마일리지가 길고 건강과는 거리가 먼 식자재라고 더불어민주당도 발표를 했으니 이번 기회에 바뀔까?
나도 22년 전 처음 유치원에서 급식을 시작 했을 때 ‘왜 이것까지 책임져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연구보고서들을 통해서 세계적으로 급식이 교육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유치원, 학교의 급식이 유아들의 평생 입맛, 건강, 성향까지 바꾸는 중요한 교육이라는 연구들을 지지한다. 교육선진국은 재료까지 가까운 곳에서 급식을 준비하고, 심지어 8학년 이상이 직접 조리를 배우며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우리 유치원은 급식원칙이 있다(입학 때 배부한). 공장을 거쳐서 오는 재료는 두부, 식용유, 우유, 치즈 외에는 없다. 그런데 식단표만 보고 ‘다 비슷하다’ 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지해 보인다. 이렇게 모두 원재료로 조리하면 단점도 많다.
첫째, 인건비와 재료비 모두 급식 단가가 높아진다. 우리 유치원 급식단가가 ‘무상급식’의 취지를 흐린다고 낮추어서 보고 하라거나 영영교사까지 6명이 정말 근무하는지 실사도 나왔다. 급식지원금의 20%만 인건비로 써야 한단다. 최저시급은 천정부지인데! 위 공립 유치원은 영양사를 제외한 조리원이 2명이고, 조리원 2명이 500명 급식을 준비하는 유치원도 있으며 영양사가 상주하는 사립유치원이 우리 말고 없으니 모두 의심스러운가 보다. 둘째, 설탕, 조미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반제품이 없으니 조리장의 손맛에 때문에 해고 결정을 감수할 때도 있다. 셋째, 기후에 따라서 식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 이번 폭염으로 국내산 당근 공급 중단으로 잠시 안 먹기로 했었다. 넷째, 전 처리에 손이 많이 가서 고기, 채소, 국, 김치, 과일 이상의 더 많은 종류를 해 줄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원재료를 사용하면 원장과 영양교사가 모든 책임에서 빠져나갈 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급식도 교육이니 내가 옳다고 믿는다.
이제 부모나 언론도 빵을 작게 잘라 주었다고 양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어떤 빵인지, 꼭 사다가 제공해야 하는지 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소시지도 없고 달지도 않은 음식을 동일조건으로 비교해서 위 공립보다 쌀은 3배, 축산물은 2배(한 끼에 돼지갈비구이 25kg ♬) 먹어 주는 우리 유아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다음 부모수업에는 검수일지(주문내역)를 모두 공개해야겠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9. 0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