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미를 관찰하고 거미를 그리며 놀이하고 있다. 어떤 유아의 팔에 처음 보는 거미가 있었다고 한다. 이 유아는 친구들이 돋보기로 관찰을 하고 싶어 하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팔을 내어주고 있었다고 한다. 방과후에는 유아들이 혼합연령으로 놀이한다. ‘숲에서 솔잎 씨름 놀이를 했다. 만3세 어린이들은 어느 방향으로 솔잎을 포개어야 되는지 그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만4세 어린이들은 작년에 했던 것을 떠올리며 할 수 있었고 만5세 어린이들은 동생들에게 알려주고 나서 친구들끼리 겨루기를 하였다’ 고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 기록에 대한 나의 메모는 ‘부디 이렇게 여유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길’ 이었다.
이번 주에는 유난히 유아들의 사회성과 정서에 대한 관찰기록이 많이 보이는 한 주이다. 선생님들이 공부하고 강조하는 만큼 유아들이 달라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껴서 많이 기록을 한 듯하다. 만3세 각각 다른 반의 이야기 이다.
<양보하는 기쁨>
등원하여 자유놀이를 하고 있다. 둘이 함께 색연필로 미술영역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이하고 있다
박00: (친구가 쓰던 색연필을 가리키며) 나 이거 필요해.
김00: 응 여기 있어!
박00: 고마워
김00: 이거 양보하면서 쓰니까 좋다 그치?
박00: 응! 우리 양보했어!
<다시 하지 뭐>
콘플로 거미를 표현하고 있다.
00: 선생님! 나 다 만들었어!
T: 우와! 이게 다 뭐야? 뭐 만든 거에요?
00: 이거는 거미고, 이거는 거미 텐트, 그리고 이거는 건너갈 수 있는 다리, 다리 옆에 친구 거미집이 있어! 철봉! 거미가 노는 철봉!
T: 우와~ 정말 멋지다!
그 때 친구가 교사에게 안기려고 하다가 00이 만든 작품을 밟아서 부서진다.
T: 아이고! 친구가 어렵게 만들었는데….
00: 다시 만들면 되는데요!
T: 정말?
00: 네! 난 괜찮아요. 다시 만들면 되요!
<여기 치우고 들어가>
달님이가 친구들이 만든 집에 들어가서 놀고 싶어했다.
교사: 달님이가 들어가서 놀이하고 싶나 봐요.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
노00: 선생님, 그럼 이 블록을 치우고 달님이 여기 앉는 건 어때요?
교사: 직접 달님에게 말해주세요.
노00: 이 블록을 치우고 달님이 여기 앉게 해주자. 어때?
장00: 좋아.
달님: 나도 좋아.
세 이야기 모두 어른들도 하기 힘든 배려와 정서적 안정이 보인다. 양보하는 기쁨을 아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친구가 자신의 작품을 무너뜨렸는데 다시 만들면 된다는 정서를 가진 어른이 얼마나 될까? 우리 유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성과 넉넉한 정서이다. 이 두 가지가 유아기에 선행되지 않으면 인지도 창의성도 행복에 방해가 될 뿐이다.
우리 부모님들도 뜻을 같이 하시기에 더 좋은 결과를 보는 듯하다. 다시 하면 된다던 유아는 “우리 엄마가 1등은 중요한 거 아니랬어.” 라고 했던 유아이다. 이런 어머니들과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하다. 영재, 천재가 성공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 추적해보니 평균이하의 성취를 보였다는 연구들이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문제라고 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똑똑하니까 사회성과 정서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배울 기회를 주지 않은 유아기, 아동기 교육철학이 문제이다.
어느 정도 조망수용능력이 성장하기 시작한 우리 만3세들은 “여기 치우고 들어가”처럼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의식 있는 지도가 꼭 필요하다. “집에서도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00의 마음이 어떨까?” “이 동화를 보니까 기분이 어때?” 등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감정경험과 배려의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5. 1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