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스마트기기 타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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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소아정신과와 진행하는 연구의 마지막 단계로 부모님들이 스마트 기기를 제공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중재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6주를 빠짐없이 참석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께서도 많이 부담이 될 것이므로 신청을 받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청강을 하면서 이전 연구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점을 하나 발견하였다. 우리 유치원 부모님들이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민감한 생각까지 하시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랑스러웠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고 나면 짜증이 늘고 우울감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유아가 그렇다고 동의를 하셨다. 왜 그런 것인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첫째, 철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본인이 스스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임을 알기 때문에 유쾌하게 끝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아무리 시간을 연장해 주어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래 하면 할수록 아무 생각 없이 강한 자극이 들어오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죄책감과 갈등을 하게 된다.

둘째, 뇌 과학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나 지나친 자극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그 보다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유아들 뿐만 아니라 영아들에게까지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으로 문제인 듯하다. 며칠 전 독일에 이어서 스위스 유학중이라는 한 대학원생이 2013년 내가 개발한 ‘스마트기기 이용수준’ 척도를 써도 되겠나며 연락을 해왔다. 메일로 자료를 모두 보내면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약간 안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영유아는 스마트 기기의 콘텐츠와 관계없이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괜찮은 콘텐츠, 학습을 하는 콘텐츠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광고의 영향일 뿐이다. 유투브는 심의도 없으며 유아용 앱은 나에게 형식적 심의를 요구하는 업체도 있었기 때문에 교육전문가들이 무엇 때문에 할 말을 못하는지 알게 되었다. 교육적으로 괜찮은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냐고 따지는 업체도 있어서, 조목조목 이론적으로 설명하였더니 그냥 다른 분 찾아보겠다는 것이 돌아온 반응이었다. 콘텐츠 제작이 이미 물건과 짝을 이루고 상업화 되었기에 이제는 만화도 순수성이 없다. 만화를 보느니 부모님과 함께 괜찮은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유아들과 스마트 기기가 상극인 이유는 첫째, 유아들은 작은 자극에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스마트 기기는 생각도 하기 전에 유아들을 ‘과 몰입’ 상태에 이르게 한다.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

둘째,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장사꾼의 의도를 흡수하게 된다. 더불어 광고에 노출되기도 한다. 셋째, 다른 놀이를 찾고 싶은 생각을 감소시키고, 창의적으로 놀이를 찾는 의지를 줄어들게 만든다. 놀이성, 자발성의 중요함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으니 여기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자발성과 사고의 저하는 학령기 공부하는 시간을 지옥으로 만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집중하고 사고하는 즐거움은 모른 채 빨리 끝내고 스마트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학습하는 시간이 얼마나 지옥 같겠는가?

그렇다면 언제 스마트기기에 노출되어도 좋을까? 많은 학자들이 적어도 중 2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분히 뇌 발달, 자의식, 인지발달이 이루어지고 자제력과 판별력이 생긴 이후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교에 입학하면 바로 스마트폰을 사주기도 한다. 처음 시작은 부모님의 편의와 안심이다. 그러나 늘 보호받아야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야 하므로 부모님이 연락할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친구들도 다 있다고 항변을 한다면 “00은 누구와도 같지 않으며 그것이 우리 집안의 규칙”임을 확실하게 주지해야 한다. 중 2 가 되었을 때 스스로 모든 통제가 되고 상술까지 알아차리는 조절력이 생기면 사용하기로..

영 유아들이 부모의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음식점에서 1시간 이상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럼 우리 아이는? 조금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기고 이를 중재하면서 공공질서도 알게 되고 참는 것도 알게 된다. 긴 시간 부모님이 편하려고 내 아이에게 해로운 일을 서슴없이 제공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차량용, 탁상용도 모자라서 유모차용 스마트기기 거치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놀랐다. 그럼 영유아들은 어른들과 언제 상호작용을 하나? 스마트기기의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대화의 단절인데 유아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온기를 느낄 수 없는 관계는 관계가 아니다. 인천 초등생 사건의 주범이 미성년자였던 점은 충격적이었는데 이런 사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자녀의 성적외의 것에 얼마나 민감한 관심과 애정이 있었는지 자성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와 교사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란다는 말은 너무 식상한 상식이지만 지켜지기는 힘든 것 같다. 사랑과 관심은 함께 부대끼면서 정을 쌓아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 유아들이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 장거리 이동을 하기도 할 것이고 많은 친척들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유아이다. 그 기회에 여러 상황에 대한 인성을 쌓게 되길 바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스마트기기 이용은 절대 하지 않기를 바라며…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9. 1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