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무릅쓰다” 얼마 전 어느 영화에서 본 대사이다. 한 여성이 사회의 편견과 싸우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일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나의 유치원 운영도 시시각각 위험을 무릅쓴 결정을 하고 있다. 대다수가 하는 교육을 선택했다면 훨씬 편하고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취감도 행복감도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 우리 유아들의 바람직한 변화에 문득문득 행복하고 옳은 결정을 하고 있음을 느끼는 지금 상황은 유아교육의 원칙과 이론을 지키기 때문에 주어진 선물이다.
얼마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임명된 유은혜 장관은 첫 번째 업적을 남겼다. 부모님의 요구에 호응한다는 명분으로 2년간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애써 결정한 내용을 빠르게 뒤바꾸는 결단력을 보였다. 유아들의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학자들과 전문가의 눈치가 보였는지 ‘놀이식 수업에 한해서’ 라고 토를 달았다. 놀이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가 없는 결정이다. 그가 말하는 놀이식 수업은 노래, 율동, 음악, 게임이라고 한다. 이것은 놀이도 학습도 아니다. 놀이가 되려면 자발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누군가 방문해서 하자고 먼저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
유아들이 자연스레 영어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찬성한다. 진정한 놀이를 위한 조건이 충족되려면 누구나 같이 진도를 맞추는 교재가 없어야 하고 전담교사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가르치는 것에 열광하고 있다. 가르침이 아니라 학습자가 배우고, 깨닫는 “앎”이 중요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학자들은 스스로의 앎을 강조했는데 불과 100년 사이에 우리나라 사회, 문화, 환경이 어떻게든 주입하려고만 하였고 지금까지 의심 없이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사고의 힘, 배려, 사실을 판단하는 힘이 부족하다.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여 말하는 자세도 부족하다. 덕분에 귀한 생명을 잃고 다른 먹잇감 찾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우리 선생님들과 유아들에게 나는 정확하게 말하기, 쓰기, 듣기, 읽기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위험을 무릅쓴 결정이다. 간디와 다빈치를 키우기로 결심한 것도 위험을 무릅쓸 뿐만 아니라 희생이 따르는 결정이었다. 당시 마음이 아픈 유아를 위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외국의 사례와 논문을 보고 용기를 내었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모두 위험하다. 방문교사와 교재를 배제한 운영도 옳은 일이지만 남이 하지 않으니 위험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나의 소신과 옳은 일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기로 했다. 그것이 어른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제 어른이 없는 것 같다. 옳은 일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기 보다는 가벼워 보이는 결정과 가벼워 보이는 방법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누가, 언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밝히지 않은 기사들과 이를 부추기는 입법, 행정부를 보면서 어른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나도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을 알고 있는데 이 나라의 입법, 행정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가 실망스럽다. 법적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고, 파면을 했다면 실행여부를 확인하면 될 일이다. 알 권리를 보장하려면 자극적인 단어를 일부러 선택할 것이 아니라 시민감사단의 적정자격 여부와 선정 과정의 공정성 먼저 밝혀야 한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어떤 경로로 감사했는지 밝히고 교육의 질과 급식의 질 등 정말 알아야 하는 내용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그렇게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엉뚱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했다. 정작 밝혀야 하는 방문수업의 내용을 찾기도 어려웠다.
우리 유치원도 감사를 받는 다면 무엇인가 실수가 드러날 수 있다. 과정과 내용이 받아들일 수준이라면 흔쾌히 인정을 하겠지만 그들 먼저 투명하지 않다면 승복할 수 없다. 유아교육에 대한 이해가 어느 수준인지 우리 모두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 장관, 원장, 교사, 감사관, 장학사, 국회의원 등 모든 관계자의 실력을 우선 시험 본 후에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들은 부디 감사내용에 숨은 뜻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나는 어떤 단체에도 가입 되어 있지 않고 현재 당사자라고 할 수도 없지만 중대한 사실과 성과주의적 내용이 한데 뒤섞이는 상황이 안타깝다.
아래는 가을반 유아들의 토론이다. 유아들보다 못한 어른들은 창피함을 알기를 바라며 소개한다. 보이는 사실과 그 안에 숨은 뜻을 이해하려는 사고의 과정이 어른 보다 어른스럽다. 어른들이 이 유아들만 같았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움직였을 것이다.
동화 활동 시간, 갑돌이와 갑순이가 동화를 감상하고 있다.
교사: 가야는 힘이 점점 더 강해졌어요.
갑순: 아니, 근데 왜 나중에 가야가 없어졌지?
갑돌: 힘이 처음부터 강하다고 계속 강하지는 않으니까~
갑순: 아, 그런가? 근데 일단 철이 있잖아. 그럼 농사도 잘 짓고 무기도 있으니까..
갑돌: 근데 일단 백제랑, 고구려가 나라가 엄청 크잖아. 그런데 그런 나라가 철이 없어도 작전을 잘 짰나봐. 그러니까 계속 이겼겠지~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0. 18.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