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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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학벌주의와 학력주의, 경쟁과 입시, 진학교육, 일류학교 등의 궤도를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다.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냥 관행대로 달려야 하는가? 분당에 이우학교가 있다. 혁신학교이자 대안학교이다. 입학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서울대학교에 보낼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우학교 선생님들은 대답한다. “우리 학교는 서울대학교 입학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 학교를 졸업해서 자신이 가진 재능과 특기를 가지고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입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기도 한다.]

나의 동문이고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가 썼던 글의 일부이다. 본인이 경기도교육청, 교육부에서 혁신교육을 기획하면서도 자신의 자녀는 이우학교에 보냈었다. 그래서 나는 농담 섞인 비난을 했었다. 왜 당신은 이우학교를 선택하고 혁신학교를 늘리려 하냐고.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웃었었다. 완벽한 교육, 완벽한 입시제도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계속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동안 발전한 연구들은 하면 안 되는 교육을 충분히 밝히고 있다. 적어도 나쁘다고 밝혀진 교육 방법으로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

내가 3년 전의 글을 또 다시 펼쳐 본 이유가 여기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목표와 맥락이 뚜렷하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적어도 나는 세계의 석학들이 밝힌 연구를 믿는다. 그리고 나의 연구결과를 믿는다.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소신껏 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살고 싶다. 유아들에게 꼭두각시 놀음은 시키지 않아야 한다. 발표를 하면 즐거워하고 추억이 생긴다고? 사진 몇 장과 바꾸어야 하는 수업 손실과 반복된 연습에 의한 학습장애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세웠을까?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믿을 만한 연구결과나 신념에 근거한 결정을 해야 한다.

또 있다. 유아들에게 특기적성을 제공하면서 소질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질이 그렇게 시켜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유아기에는 말이다. 세상을 흔들만한 천재라면 그냥 알게 될 것이고, 소소하게 개발 되어야 하는 능력이라면 기다려주어야 한다. 결론은 유아기에 시키면 학습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는 것일까? 모든 일에는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이 있고, 가장 약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 유아들이 수혜자의 탈을 쓴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나 역시도 늘 깨어 있으려 노력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유치원 학부모님들은 모든 사건의 앞과 뒤를 읽을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계시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논리만 앞세워 근거도 이론도 없이 어른들의 이권을 위한 개혁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스웨덴은 유아교사의 자격기준 먼저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20년의 장기 계획을 세웠고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우리나라는 교육을 들었다 놓았다 수차례 반복했지만 오히려 나빠졌다. 우리 유치원의 교육은 누가 와서 어떤 토론이나 질문을 해도 정확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나의 목표였고, 지금도 자신 있다. 단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는 응답할 수 없는 자리의 한계가 있다.

매년 국화차를 만들고 매년 김장을 하지만 해마다 달라지는 유아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나선형 교육과정이다. 주제가 같아 보이지만 전혀 같지 않은 경험으로 깊어지는 교육과정이다. 우리 유치원 교육과정은 나선형이며 총체적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이다. 실패하더라도 가능한 처음부터 끝까지 유아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이렇게 점점 생각이 깊어지는 경험이 우리 유아들을 지식인으로 자라게 도울 것이다.

    • 가을반의 국화차

      국화차 만드는 방법을 유아들이 스스로 회상하여 생각했다. 이번에는 거의 모든 단계를 유아들이 주도하여 활동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건조기에 국화꽃을 말리는 것을 00이가 관찰하고 있다.

      00 : 선생님. 국화꽃이 땀 흘리는 것 같아요.

      선생님 : 그래요? 어디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00 : 마르면서 물방울이 맺혀요. 땀 흘리는 것 같아요. 사우나 왔나 봐요.

       

      여름반의 식품구성 자전거:

      4분할로 된 식품구성자전거를 식품군에 맞게 색칠한다. 유아들이 교실 앞에 붙어 있는 식품구성자전거와 칸을 비교하며 맞는 색을 칠하는 모습이 보였다. 작년에 비해 알고 있는 것이 많아 유아들이 쉽게 몰입하고 금방 새로운 것을 익히는 모습이 보인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1. 0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