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시장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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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유치원이 시장이 되었다. 어떤 유아는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다”라고 하였다. 시장놀이를 위해서 2주 넘게 준비를 하였으니 유아들에게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시장놀이를 위해서 그 전에 은행놀이를 했고, 돈을 만들고, 팔 물건을 만들고, 물건에 가격을 매기고, 가게를 짓고, 간판을 만들고 모두 유아들이 했다.

봄 학년과 여름 학년은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가을반 형님들에게 도매로 팔고 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유아들이 구매계획서에 써 놓은 물건을 샀다. 오늘은 밥과 간식도 사먹기로 했다. “왜 돈을 주고 밥을 사먹어요? 여기는 유치원인데” 내심 돈으로 다른 물건을 더 사야하는데 밥을 사먹는 것이 안타까웠나보다. 너무 귀여웠다. 내가 시장에 가서 “이거 너무 비싸요. 좀 깎아주세요”라고 했더니 어떤 가게에서는 “깎아 주는 게 뭐예요?”라고 묻는 주인도 있었고, 한참 생각하더니 “에이 그냥 2숲 깎아 줄게요. 3숲만 주세요” 라는 주인도 있었다. 우리 유치원 돈의 단위는 ‘숲’이다. 한정된 ‘숲’으로 물건을 사기 위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동생의 물건을 사는 유아도 있었다.

모기기피제를 파는 유아들이 잘 나오는지 하나하나 확인을 하고 팔았고, 옷을 파는 유아들은 입어보이면서 홍보도 했다. 시장놀이를 통해서 우리 유아들은 어렴풋이 시장의 흐름도 이해하고 제한된 재화에 대한 이해도 한다. 돈을 주고 거슬러 받는 연습도 한다. 유아들이 모두 이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놀이로 각자 수(數)에 대해서 깨달은 유아, 시장의 흐름을 이해한 유아, 각각의 물건을 만드는 즐거움과 기다림을 느낀 유아(해충기피제는 2주를 기다렸다),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경험도 했을 것이다. 내가 유아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지만 각각 많이 성장하고 깨달았을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6. 08.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