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거듭되며 달라지고 있는 것은 “엄마가 나가지 말래요” 라고 말하는 유아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6년간의 연구와 소통이 부모님들과 유아들을 달라지게 한 듯해서 뿌듯하다. 그 때는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 연구가 부족하기도 했고. 유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자연의 놀이는 큰 힘이 있음을.
열이 나거나 유아 스스로 힘들어 하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하고 목을 따뜻하게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곁에서 산책이라도 하는 것이 석성숲유치원이다. 조금 아프다고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이 또한 의사들의 경험과 철학이 달라서 나오는 처방이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의사는 자라면서 당연히 겪는 병이니 일상생활을 하면서 고치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어떤 의사는 비판적 사고나 상황설명도 없이 집에 있으라고 가볍게 진단을 던지기도 한다. 어떤 의사가 진정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의사일까? 발달의 시작과 완성은 신체발달이다. 기원전 플라톤의 사유에서 나온 사실이 이제는 과학으로 증명 된다. 많이 아파서 신체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여파가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모두 미친다. 조금 아픈 것 이라면 다른 발달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옳지 않다. 그래서 과잉진료나 가볍게 말을 던지는 의사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의사이면서 “지금 전공의사가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을 하는 의사들이 많다. 지나치게 세분화 되어있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지만 적어도 유아들을 치료하는 의사는 환자의 입장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생활을 해야 할지 통합하여 고민한 후에 말을 해야 한다. 당장 자신이 맡은 병증을 해결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면 자질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14년 유아들이 모두 바깥놀이와 흙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연구를 하였다. 유아들이 자연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적응해 간다는 것을 발견했다. 숲에서도 정적인 활동을 하면서 적응 하는 유아도 있고, 친구와 함께 놀고 싶어서 자연놀이에 적응하는 유아도 있고, 거친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유아도 있으며, 무엇인가를 찾고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자연에 적응하는 유아도 있다. 각각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가능한 허용적이어야 내면의 모든 역량을 스스로 꺼내고 발달한다. 각각 적응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자연에서의 놀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은 연구를 거듭할 때 마다 확신하게 된다. 발달에 필수인 자연에서의 놀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아라면 가정과 유치원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석성숲유치원 누리집>교육이야기 183번~203번 참조, 저작권이 해결된 임은정연구 공시).
만3세 유아들은 대부분 갈등 없이 자연을 좋아한다. 울다가도 밖에 가면 뚝 그친다. 밖에서 안 들어오겠다는 유아들 때문에 밥을 먹여야 하는 교사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 만3세 유아들은 아마도 자연과 소통하는 본능이 더 많이 살아있는 듯하다. 우리 유치원은 하나의 주제가 놀이로 연결되어 있다. 미술을 하기 위해서 밖에서 재료를 찾고, 재료를 찾으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들어오는 길에는 참새방앗간처럼 가장 좋아하는 모래놀이를 거친다. 이 모든 것을 유아들이 제안하고 양보하면서 정한다. 그래서 어느 하나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체성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이 즈음 늘 하는 진달래 화전과 메주 만들기는 재밌는 과정이 되었다. 가마솥에 삶은 메주콩의 절반은 “선생님 맛있는 냄새가 나요”라고 말하는 유아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3년이나 같은 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결석 없이 모든 활동에 참여한 가을반은 경험에서 우러난 지식의 결실로 저력을 발휘한다. 화전이나 메주만들기를 동생반에 가서 설명하면서 경험을 지식으로 승화시킨다. 여름반부터 석성숲유치원에 다닌 유아는 설명하는 날 더 긴장하고 열심히 생각하게 된다. 한 번의 경험, 두 번의 경험, 세 번의 경험이 이처럼 차이가 난다는 것을 교사들은 안다. 그래서 유아들이 건강하길 그래서 결석이 없기를 모든 교사가 소망한다.
활동들이 연결되기 때문에 결석하면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교사들이 설명하지 않아도 유아들이 서로 돕는다. 유아들이 결석의 손실을 더 많이 느끼고 서로 묻고 답하면서 서로의 발달에 큰 힘을 보탠다. 설명하는 유아는 배려와 지식의 완성을, 듣는 유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간다. 이제는 융합의 시대라고 모두 이구동성이다, 진정한 융합은 서로를 배려하고 내가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는 우리 유아들의 모습이다.
작년에 담근 간장과 된장을 지난 달 부터 먹기 시작했다. 정말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심지어 맛도 있다. 유아들이 콩을 주제로 많은 활동을 하였다. 반별로 콩밭을 만들고, 콩의 영양도 알고, 콩 노래도 부르고, 콩처럼 뛰고 메주를 만들었다. 유아들이 만든 메주는 사용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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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콩이 커졌어요~!
- 그리고 이게 뭐에요? 껍질이 있어요.
- 몸이 커지니까 껍질이 작아져서 나왔어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기로 하며.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04. 14.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