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영국의 급식에 관련된 영상을 학부모님께 공유했다. 그동안 급식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던 내가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는 설명들이 있었기 때문에 학부모님, 교사와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2025년 3월부터 유아들의 급식비가 4,520원에서 4,740원으로 220원 인상되었다는 공문이 왔다. 200일분의 급식비만 주는 것이니 230일 이상을 급식하는 우리 유치원의 실제 지원금은 4,100원이다. 이렇게 지원해주고 무상급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모순이다. 차라리 일부 지원이라고 표현을 해야 한다.
미국의 영상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들과 토론을 했었다. 케첩을 채소의 범주에 넣었다는 것, 공립의 대부분이 그러한 급식을 먹는 것, 냉동 피자 업체와 거래를 해서 먹인다는 것, 과자나 단 음료를 급식으로 먹는 것, 채소를 먹지 않고 그대로 버려서 다시 인스턴트로 돌아갔다는 것, 학교를 다닌 후 비만율이 증가했는데 개선되지 않는 점이 충격이었다고 교사들은 의견을 내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심각해졌다고 생각하냐고 질문을 했다. 교사들은 급식예산을 줄여서 그렇다, 미국의 학부모가 그렇게 될 동안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아서 그렇다, 아동 인권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지켜지는 줄 알았는데 아동 인권의식이 없어서 그렇다는 등의 의견을 말했다. 나는 국가가 정하면 기준이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덕분에 케첩이 채소가 되고 해로운 음식에 대한 면죄부가 생긴 것이다. 아동 인권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해하는 자유주의의 한계라고 본다. 좋아하는 것만 주어서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도리를 하는 것이 진정한 아동 인권 보호이다.
예전에 도시락은 부모님의 상황이 그대로 반영이 되는 문제가 있었다. 도시락에서 부모의 관심, 경제력, 영양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평등과 복지를 내세워 학교에서 식사를 책임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식사비용을 학부모가 부담했다. 학부모회 의결에 따라서 학교마다 급식의 질이 달라졌다. 이 역시 비용부담을 얼마나 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 것이다. 그러자 전국이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하면서 유치원까지 급식비용을 교육청과 시청에서 반씩 지원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급식은 결국 학부모의 편의에 집중되어 ‘표심 얻기 용’이 되었고 정작 중요한 교육기관으로서 교육적인 차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교육기관에서 밥을 먹는다면 급식도 교육의 일환이어야 한다. 무상이건 유상이건 유아들이나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건강하게 먹는 습관과 영양학적으로 또는 적어도 현재까지 밝혀진 이론에 근거해서 전문가들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음식은 삼가도록 하는 것이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지금 당장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는 않지만 건강한 식사라고 하는 전문가는 없다.
따뜻한 밥을 해주고 채소도 있는데 나머지는 입에서 좋아하는 인스턴트 좀 먹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논리로 타협을 하기 시작하면 문제없이 미국의 공립학교처럼 될 것이다. 급식지원금으로 여러 반찬의 급식을 할 수 있다고 대기업에서 영업을 온다. 공장 김치, 냉동 튀김, 채소 1가지, 분말 국 등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계약을 해서 먹다가 예산이 조금 줄거나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면 바로 미국과 같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영업을 위해서 급식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급식의 본질은 우선 학생들의 바른 식습관 형성과 건강한 음식 선호이다. 이 본질을 지키는 적정예산이 필요하다. 적절한 조리 인원이 있어야 무가공 식재료를 쓸 수 있는데 인건비를 포함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사립이니까 교육비에서 충당한다. 물론 학부모의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공립은 학부모 부담이 불가능하니 누군가의 대단한 기획력과 희생이 있어야 인스턴트를 튀겨먹지 않을 텐데 과연 가능할지 궁금하다. 당장 학생들이 잘 먹는다고 인스턴트 튀김에 매달리는 급식은 교육의 직무유기이다.
교육 전반의 제도도 급식과 마찬가지이다. 당장 큰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교육과정을 정하고 진도만 나가면 학생들에게 해 줄 것을 다 해 주었다고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공무원과 불안감에 사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학부모의 인식은 교육 본질을 벗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7세 고시를 보는 이유가 내 아이의 현재 수준을 알고 싶어서라고 인터뷰하는 학부모를 보았다. 이는 누구나 같은 책, 같은 내용을 같은 시기에 공부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만들어낸, 남보다 앞서려는 괴물 같은 대한민국 사회가 문제의 원흉이며 희생은 미래세대의 몫이다.
교육도 급식도 본질은 학습자가 필요한 것을 양질의 것으로 채워주는 것임을 인식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비용을 사회가 부담하면 좋겠지만 같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사용하는 방향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다. 급식에서 지불 비용을 올려서 교육적이고 양질의 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냉동 피자에서 좀 더 비싼 피자로 바꾸는 수준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학생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를 반영한 차등 교육이 가능한 수준의 연구자와 교사진이 교육예산을 사용한다면 학생 개개인에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적게 일하고 노동자의 권리만 찾는 교육노동자들이 교육예산을 사용한다면 교육은 변화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경우 모두 예산을 교육에 투입했다는 통계가 나올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3. 1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