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교육으로 이만큼 살았고, 영어를 잘 해야 모든 것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영어교육을 일찍부터 잘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영어교육을 일찍 시키고 싶은데 뭔가 찜찜하니까 놀이식으로 시키면 된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팽배해졌었다. 전홍주(2011)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아 영어교육의 담론을 형성하는 주체가 사교육업계관련자들이고 사회계층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모성 이데올로기를 자극한다고 밝혔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교육 연구자들도 사교육비용 문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부모님들을 자극해 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난 사교육비용까지 고민하여 연구할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단지 궁금한 것은 교육의 결과와 유아들의 이해득실이었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외국어 환경에 늘 노출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여기서의 노출은 꾸며놓은 교실, 꾸며놓은 교재가 아니라 유아들이 자연스럽게 생활해가는 환경을 말한다. 유아들이 생활속에서 놀고, 밥먹고, 만나는 모든 환경을 말한다. 그래서 유아들은 외국에 가면 금방 현지에 적응을 하며 언어습득도 빠르다. 그러면서 사회관계, 문화, 인성도 현지에 적응하게 되므로 현지에서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성장해야 하는 유아들은 영어를 다문화로 받아들이고 이해의 폭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시간과 관심을 영어에 쓰는 것은 효용이 떨어진다. 최근 신조어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도 매우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인지, 정서, 사회성 등의 발달에 지장을 받는다. 근거가 있기에 초등학교 3학년에 시작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는데 우리 민족의 빨리빨리 정신이 여기도 반영된 듯하다.
영어마을을 너도나도 지자체에서 만들 때 의아했었다. 모든 것이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것인데 왜 저러는 것인지, 하루 동안 그곳에 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과시행정이 과연 사교육비를 경감할 것인지 답답했었다. 지금 하나 둘씩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일찍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모성 이데올로기임을 알리고 싶다. 일부 유치원들이 영어 몰입반, 영어 특성화를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어머니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 듯하다. 영어학원도 아닌 정규교육기관에서 하는 것인데 나쁘기야 하겠어? 라는 인식을 만든 것 같다. 다행히도 한국교육개발원, 육아정책연구소, 교육청들이 유아 영어교육 전면 금지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유아들을 위해서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 지길 바란다.
참고문헌
전홍주(2011). 유아 영어교육에 대한 담론 분석. 유아교육연구, 13(1).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9. 0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