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요일인데 유치원 자료실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자료실 정리를 위해서 출근을 한다고 했다. 푹 쉬어야 하는 토요일에 자료실 정리를 위해 출근을 한다니 내가 그동안 강조해 왔던 교육혁신의 일부인 자료정리에 문제가 있는지 나도 함께 가서 분석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유치원은 우리만의 주제와 핵심어를 중심으로 학년별로 단위활동계획이 나오고 각자의 학급상황에 따라서 단위활동을 배치하여 하루 종일 통일감 있게 놀이를 한다. 때문에 외부 교재도 소용이 없고 이전에 쓰던 자료도 조금씩 손을 보아야 한다. 교사의 가장 큰 권한이자 의무는 교육과정의 구성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교재나 다른 교사가 해 놓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자료실은 작아져야 한다. 쌓아놓고 남이 해놓은 것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초중등 교육도 대학처럼 국정 교과서가 없이 진행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 어떻게 가르치냐고 반문하는 교사들이 있으니 우리나라는 현장이 바뀌기가 쉽지는 않겠다. 유치원은 더 그렇다. 하루 종일 놀아야 하는 유아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은 교사의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했어도 현장에서 적용하면서 이론을 실제에 맞추어가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1년 혹은 2년 동안 현장실습을 해야 자격증을 주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 유치원은 수업준비를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하고자 모든 것을 컴퓨터 파일로 보관하고 재구성하기에 편리하도록 정리하고 있다. 매주 필요한 자료는 재구성하거나, 구입을 해서 소모하도록 한다. 유치원들은 자료실이 점점 늘어난다. 내가 유치원에서 근무하던 때에는 방산시장에 가서 잔뜩 사다가 놓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안 쓰는 물건들이 잔뜩 생겨서 자료실 정리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딜레마였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유아들에게 필요한 자료는 최신의 것으로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물건의 구입도 필요한 만큼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된다. 교사의 재구성 능력만 있으면 재밌는 수업을 구성하기에 훨씬 좋아진 세상이다.
조금 싸게 산다고 한 번에 많이 구입하면 쓰지도 못하면서 선생님들이 자료실 정리에 또 시간을 소모하게 되므로 더 큰 손실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교재보다 실시간 자료가 훨씬 정확하다. 동화도 선생님 목소리로 들려주기 위해서 스캔을 한 후에 이야기를 나눈다. 쉽게 틀어줄 수 있는 에니메이션 동화가 많지만 그건 적절한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자료실을 복잡하게 하는 원흉이 무엇인지 찾아내었다. 선생님들이 차마 버리지 못하는 상품화된 교재 샘플들 이었다. 나에게 검토해 달라고 보내진 교재들도 한 몫을 했다. 쓰지 않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나니 이제 깨끗해졌다. 우리 유치원의 파일들은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소중한 자료이며, 선생님들의 수업 준비가 우리 유아들에게 늘 재밌는 놀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9. 0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