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좋은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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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어느 먼 지역 유치원 평가위원으로 다른 유치원들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좋은 유치원의 정의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좋은 유치원의 기준이 무엇일까? 다른 것은 모두 뒤로 미루더라도 유아들이나 교사가 큰소리로 웃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늘 웃을 수는 없다. 슬프면 울 수 있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할 수 있는 유치원이어야 한다.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감정과 정서가 안정 되어야 친구들도 돌아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어른들의 생각에 의해서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어른들이 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거나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면 절대로 여유를 줄 수가 없다. 선생님도 지식을 전달했다는 뿌듯함은 있을지 몰라도 함께 즐기기는 어렵다.

초중등 교육도 대학처럼 국정 교과서가 없이 진행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 어떻게 가르치냐고 반문하는 교사들이 있으니 우리나라는 현장이 바뀌기가 쉽지는 않겠다. 유치원은 더 그렇다. 하루 종일 놀아야 하는 유아들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은 교사의 높은 능력을 요구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했어도 현장에서 적용하면서 이론을 실제에 맞추어가는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1년 혹은 2년 동안 현장실습을 해야 자격증을 주는 나라들도 있다.

썸머힐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 싫으면 나무에 올라가서 놀고 있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었다. 학부에서 이런 내용을 들었을 때 저렇게 맘대로 놀면서 언제 공부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러나 지금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자신을 다스리고 이해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그 다음의 활동들이 자발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수학을 풀면서 그냥 그렇다고 암기하는 공식들을 천천히 내 손으로 증명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냥 넘어간 기억들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불행한 공부를 한 것이다.

어느 유치원에서는 신체활동시간에 똑바로 줄서서 “꼬마야 꼬마야”를 한다. 모두 한명씩 돌아가면서 선생님의 지도하에 움직인다. 그리고 다 마친 후에 교실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 유치원 유아들이 사방치기 하는 모습은 조금 달랐다. 어린이들과 사방치기를 선생님과 한 후에 숲 놀이터에서 송이가 땅에 사방치기를 그린다. 똘이가 “나도 같이 하자.” 송이는 “응 그래” 똘이 “내가 도와줄까?” 송이 “아니야, 다 그렸어. 그럼 시작하자” 라고 하면서 재밌게 놀았다고 한다. 두 활동의 차이가 뭘까? 선생님이 정한 규칙대로 ‘꼬마야 꼬마야’를 따라하고 끝마친 것과 자신들이 하고 싶어서 다시 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의 차이다. 즉, 자발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좋은 유치원은 많이 웃을 수 있고, 감정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면 지식의 습득이나 활동에 자발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9. 0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