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친구와 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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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유아들에게 전래놀이를 많이 소개한 이유도 잘 놀게 하고 싶어서이다. 잘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많이 고민해 보지 않아서 성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유아들이 잘 논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 정할 때 내 옆에 장난감이 있으니까, 혹은 어머니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책을 고르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자발성이라고 하기 힘들다. 유아들이 결정한 놀이는 관계, 즐거움, 도전이 들어 있다면 훨씬 더 잘 노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래놀이는 좋은 놀이임이 틀림없다. 친구가 없으면 재미가 없고, 친구와 노는 과정에 즐거움을 찾고, 모두 조금씩 승패가 있기에 도전을 한다.

전래놀이를 통해서 유아들의 사회 관계기술이 진일보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물론 이전까지는 선행연구들을 통해서 느끼고 가치도 알고 있었지만 우리 유아들을 통해서 발견하는 것은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이 된다.

‘길동이가 엉덩이로 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제안했다. 그래서 6명 정도의 어린이들과 함께 놀이를 시작했다. 놀이를 하면서 서로 봐주는 모습이 보였다. 왜 봐주는 지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게임을 오래할 수 있어야하기에 약간은 봐주면서 게임을 한다고 하였다. 그 모습이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 선생님의 관찰기록 중 일부이다. 이 기록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유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사회관계기술이다. 그것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말 놀라운 우리 유아들이다. 난 우리 유아들이 참 많이 자랑스럽고 좋다. 그래서 이제 강의를 그만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강의 때 마다 나도 모르게 우리 유아들의 사례를 들게 되는데 본의 아니게 자랑을 늘어놓는 꼴이 되어 버려서 말을 해 놓고도 좀 민망하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9. 2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