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우리 유아들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너무 공주여서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던 유아가 있다. 외할머니, 어머니, 유아 대를 이어 공주인 듯 했다. 뭐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나도 해내지 못한 이상적인 인간상이어서 걱정을 만든 것이다. 레이스가 가득한 치마를 입고, 공주 같은 머리띠를 하고,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얌전한 놀이만 하고, 선생님이 볼 때와 보지 않을 때 친구에게 말하는 어투가 다른 모습이었다.

꿈꾸는 인간상이란 여아들이 예쁜 외모에 건강하고, 진취적이고, 거침없이 자신의 일을 해내는 리더의 모습이다. 남아들은 운동도 잘하고 건강한데 타인을 이해하는 따뜻한 리더쉽을 갖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웃어지는 모습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아기가 정말 중요하다. 외모는 내면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유아기에 근육 세포의 수를 늘어나도록 하고 지방세포는 적어지도록 해야 나중에 고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의 틀과 성향이다. 유아기부터 자리 잡은 남녀 차별적 사고, 내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배움에 의해서 알게 될 수는 있지만 뿌리에 박힌 사고까지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여아들에게는 무리할 정도로 진취적이고 거침없이 놀이하는 것을 강조한다. 또, 남아들에게는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랬더니 걱정을 했던 우리 공주님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늘 씩씩하고 환한 모습으로 바지를 입고 산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즐길 줄 안다. “선생님, 오늘 산 진짜 너무 좋아요. 공기도 좋고, 힘도 별로 안 들고, 아까 위에서 쉬었던 곳도 너무 좋고 재밌었어요. 동생도 데리고 오고 싶어요.” 이 유아가 자라서 멋지고 아름다운 리더가 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09. 2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