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는 꼭 공개할 생각이다.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서 새롭게 영어 수업을 시작했다는 것을 비밀로 했었지만 유아들이 당연히 집에 가서 재미나게 이야기를 했을 테니 비밀이 지켜질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 유치원에서는 영어 선생님이 영어 수업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들을 하고 난 다음에 시작하였으니 한 달쯤 되었다. 이 영어 수업은 아주 짧게 1분 정도 하고 있다.
우리 영어 선생님이 각 반 별로 출석도 확인할 겸 자유선택 시간에 들어가서 그때 그때 유아들이 진행하고 있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단어를 읽어주고, 단어 카드 한 두 개를 주고 오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이런 방법을 생각한 것은 유아들이 ‘영어 선생님은 우리와 같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재미있는 단어 카드를 주고 가는 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음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유아들이 궁금한 단어를 물어보고 단어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단계가 되었다. 학계에서는 유아기에 영어를 해야 한다, 혹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영어와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쓰는 나라는 유아기에 영어를 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연구가 정설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아들의 영어공부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사교육기관이라는 논문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영어를 시작한 것은 유아들이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영어로 알려주면 유아의 일상으로 영어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재의 진도에 맞춘 영어는 유아들과 관계없는 지식이기 때문에 유아들에게는 어려운 학습이 된다. 우리 영어 선생님도 “교재로 수업했을 때보다 훨씬 재밌고 유아들이 질문을 해서 오히려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된다”고 열심히 준비를 해주신다. 우리 활동의 핵심어를 중심으로 하다 보면 선생님이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하고, 스스로 찾고, 알게 된 영어를 자랑하고 싶어서 저절로 복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유아들이 가정에서 영어를 자랑하니까 영어 학원을 보내는 어머니들이 두 분 생기신 것 같다. 이 어머니들에게 따로 뵙자고 해서 반드시 설명을 할 것이다. 유아들이 관심 있는 일상이 아니라 교재로 하거나, 공유될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몇 십분씩, 몇 시간씩 영어를 하는 것은 유아들의 발달에 독이 된다는 것을 설명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11. 0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