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김장이 끝났다. 모두 힘들고 특히 우리 주방은 전쟁터였으며,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 어른들이 하면 금방 될 일이지만 매년 유아들과 3일씩 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아들이 알려준다. 유아들은 3년 동안 3번의 김장을 경험한다. 만3세 유아들은 ‘김장 활동 이후 배추김치는 입에도 대지 않던 00, 00, 00이가 맛있게 세 번 더 받아 먹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먹던 김치양의 세 배는 더 잘 먹어 처음으로 김치가 부족하였다.’ 는 선생님들의 평가가 있었다. 유아들은 자신이 처음부터 오래 정성들여서 직접 활동을 하면 애착과 통찰이 생기면서 거부감이 없어진다.
만4세 유아들의 대화에서 유아들의 경험은 또 다름을 알 수 있다.
—김치를 버무리기 전—
□□: 김치 바르는 것 다섯 살 때 했던 건데?
☆☆: 그래서 더 잘 하는 거야.
○○: 김치소를 손에 잡아서 배추에 바르는 거지요?
선생님: 모두들 잘 알고 있네요. 그런데 우리가 5살 때 했을 때는 김치소를 김치에 너무 많이 발라서 김치가 금방 물렁물렁해지고 물이 많이 생겼대요.
△△: 그러면 이번에는 조금만 발라요?
선생님: 맞아요.
△△: 그런데 이거 다 하면 어디에 보관해요?
☆☆: 나 알아. 김치를 땅에 묻어.
—버무린 김치와 함께한 점심시간—
△△:선생님, 이거 오늘 우리가 담은 김치에요?
선생님:네, 방금 우리가 소를 바른 그 김치에요.
00 : 진짜요? 김치가 정말 맛있어요.
□□: 근데 조금 짜다.
00 : 그럼 밥이랑 고기랑 김치랑 같이 먹으면 안짜.
□□: 정말? 그렇게 먹어 봐야지.
우리 유아들이 작년의 경험을 기억한다. 이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보통 유아들이 지나간 1년 전 기억을 떠올리기 어렵다. 이전에 했던 활동에 대해서 흥미를 잃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생각과 방법을 나눈다. 유아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서 메타인지 능력과 앎에 대해서 스스로 복습하고 익히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사고력을 갖는다.
만 5세 유아들은 동생들에게 각자 김장방법을 설명하러 갔다. 무엇인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정리하고 생각해야 가능한 일이며 설명을 하면서 듣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유아들이 동생반에 가서 설명을 한다. 설명하는 중 4등분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00 : 너희 4등분이 무슨 말인지 아니?
동생들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00이가 벽돌블록 4개를 꺼내 동생들 앞에 내려놓고 모아 두었던 블록을 옆으로 펼치며
설명을 한다.
00:이렇게 하나로 있던게 4개가 되는 거야.
위와 같은 관찰기록을 보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설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동생들의 발달정도까지 배려하고 도구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이런 설명을 들은 동생들은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더 잘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몇 가지 보이는 것으로 김장의 교육적 가치를 찾아 보았지만 유아들이 또 다른 방법으로 김장놀이를 승화시킬 것이다.
선생님: 00, ▽▽아 너희 뭐 만들어요?
00 : 그거 있잖아요. 전통 놀이 했던 거.
00 : (만들고 있던 것을 바닥에 놓더니 숫자 위에 조개를 던진다.) 이렇게 하는 놀이요.
선생님 : 아하! 사방치기?
▽▽: 맞아요. 근데 저희는 원래 있던 거랑 좀 다르게 해서 만들었어요.
선생님 : 그렇구나. 한번 해봐요. 재밌네요. 이거 누가 가져가기로 했어요? (이전 경험을 회상하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방법을 고안해내었다.)
00 : 유치원에 놓고 친구들하고 같이 놀 거예요.
오래전 사방치기를 다시 만들어 내었듯이 선생님과 했던 놀이들을 다시 꺼내어 재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우리 유아들이니까 놀라운 김장놀이를 보여줄 것이다. 뭔가 놀라운 놀이를 만들어 낼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봐 주면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6. 11. 17.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