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 유치원 시스템, 아이 행복 카드, 금융 감독원, 정보통신 회사에 방문하거나 전화를 하며 바쁘게 보냈다. 우리 유치원이 학부모들의 편의를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다가 유치원 학비를 수납하는 과정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 전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운영위원들께 여쭈어 보았더니 모두 공감하고 계셨다. 매달 입금을 해야 하거나 유아 편으로 카드를 보내는 점이 불편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유치원이 유아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불편을 감수해 달라고 늘 부탁드리지만 유아들의 권익과 관련이 없는 부분은 최대한 부모님들의 편리성을 생각해야 했는데 미처 챙기지 못해서 죄송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는 확실히 부모님들의 편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앱으로 보육비 납부를 할 수 있도록 개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좀 씁쓸했다. 이렇게 부모님의 편의를 생각하는 만큼, 교사양성 등 교육적 환경에 조금 더 신경을 써 줄 수는 없었을까? 오래 걸리고 힘든 유아권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부모님들이 바로 느낄 수 있는 제도로 보여주려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CMS나 카드자동결제 시스템 신청 건수가 별로 없어서 서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미루다가 결국에는 절차를 알아보고 연락해 주기로 했다. 어쨌든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우리 유치원 부모님들이 조금이라도 덜 번거롭기를 바란다. 어떤 기관이나 정책도 한 번 정해진 틀을 깨고 고치는 것은 작은 것이라도 쉽지는 않다. 한 개인 사고의 틀이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한 집단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도 유연하게 생각하고 수정하는 것이 시대가 변할수록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 유치원은 가능한 원장이나 일부의 생각으로 운영되기를 바라지 않기에 원칙, 규칙, 지침을 비교적 자세히 정했다. 누구하나도 불공평한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조금 불합리하더라도 법을 지키는 것임을 우리 구성원 모두 잊지 않기를 바라며.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1. 3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