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나는 이거 싫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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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처음 온 유아들은 적응하는 기간이나 방법이 각자 다르다. 유치원 개원하던 첫해에 밖에 나가서 놀기 싫다는 유아들이 많아서 무척 당황스러웠었다. 특히 여름, 가을반 유아들이 많은 이유를 몰라서 깜짝 놀라 연구를 시작했다. 어떤 연구에서도 유아들이 밖에서 놀지 못한다는 연구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유아들은 모두 자연과 친한 것도 아니며 각각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각자 적응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각 유아들이 어떤 활동을 통해서 자연과 친해지는지 관찰하고 지원하는 것임을 연구를 통해서 밝혔다.

올해도 오자마자 울던 유아가 밖에 나가서 놀면 금방 그치기도 한다. 교실에서 웃던 유아가 밖에 나가서 “나는 이거 싫어! 무서워” 여기서 이것은 땅과 산이다. 내가 이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선생님들은 당황하고 놀랐겠지만 유아들을 이해하고 안아주며 오늘은 벌써 밖에서는 아무도 울지 않았다. 봄반은 쉽게 자연에 적응한다. 아직은 근력이 약해서 많이 움직이지 못하고 모래놀이를 많이 하게 된다.

여름반, 가을반은 능숙하게 준비운동을 하고, “절대 다치지 않기, 선생님 보이는 곳에서만 놀이하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놀이하기” 구호를 스스로 외치고 산으로 향하는 모습이 형님다웠다. 동생들에게 모래 놀이장을 양보하고 모래놀이에 대한 미련을 뒤로한 채 오늘 가기로 협의한 목적지로 재잘재잘 오늘의 활동을 이야기 하며 올라간다. 유아들이 선봉에 서고 선생님이 뒤에 서서 유아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볼 만큼 익숙하게 산길에 대해 의사소통이 잘 되었나보다. 모래놀이에 미련을 못 버린 여름 반 유아 한명은 모래를 한 움큼 쥐고 올라갔다.

오늘은 벌써 밖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유아들이 없었던 것은 여름, 가을반 전학생이 적기 때문인 듯하다. 이제 유아들이 아니라 부모님들의 적응과 이해만 남은 것 같다. 예쁘고 깨끗한 외모보다, 뭔가 배운 흔적보다 하루하루 흙을 묻히며 찾아가게 될 가능성을 믿고 무엇이 유아기에 필요한 교육인지 확신을 가지고 3년을 고스란히 지켜주시길 간절히 기원한다. 부모님의 불편함보다 내 자녀의 행복과 미래를 지켜주시는 부모님들이 있기에 우리 유아들은 정말 행복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3. 1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