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선진국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사회상황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에 많은 화두를 남긴 너무나 불행한 사건이다. 우리사회의 안전망, 사회의 정의, 시민사회의 성숙도, 교육의 허상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사회가 겉으로는 가득 찬 항아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닥이 없는 항아리라고 걱정을 하는 사회학자들이 있다. 한 사회도 영아기부터 차근차근 희노애락을 거치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기본이 없이 너무 급하게 채워졌기 때문에 언제 물이 빠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공익성·공정성·공개성·시민성 우리나라 전체의 공공성 지수가 OECD 33개 회원국 중 33위라는 장덕진(2014)의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성이 무능·혼란·비밀이 많은 불투명한 상태임을 말해준다. 미국은 공개성과 민주적 시민의식만 높았으며 일본과 우리나라는 모두 낮았다. 원전사고, 세월호사건의 예방과 대처가 어려웠던 원인이 여기에 기인한다고 추측한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비난을 하거나 후회를 하는 것 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우리 유아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아마도 하루아침에 사회 안전망이 견고해 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유아들이 자라서 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라도 정의로운 나라가 되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려면 부모님들과 교사들이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정의로운 나라의 기초는 사회구성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는 의식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우리 유아들의 모습에 대한 어떤 선생님의 기록이다.
여름^^반
**: 00가 교실에서 뛰어요. 내가 뛰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눈물을 흘린다.)
선생님: 아, 그랬구나. 아직 말을 못했는데 눈물이 나온 거예요?
**: 네. 울지 말고 예쁘게 말할 거예요.
**: (눈물을 닦으면서) 00야, 교실에서는 뛰면 다쳐. 걸어 다녀야해.
00: 알았어. 미안해.
여름##반
등반을 할 때 마다 쓰레기가 있으면 주머니에 넣었다가 교실에 가져와서 버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어제는 등산객들이 2층 산에 쉬다 갔는지 쓰레기가 꽤 많아 유아들과 함께 주워 벤치에 모아뒀다가 내려올 때 같이 가지고 내려왔다. 꽤 많은 양이었는데도 적절한 자리에 척척 분리수거를 해 놓은 모습에 감동하였다. 유아들이 점점 더 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것 같아 기특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이가 울었던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친구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이다. 해야 할 것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 유치원에서 굳이 자연보호를 강조하지 않아도 늘 함께 있는 자연을 아끼는 행동이 체득된 우리 유아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깨끗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유아들이 자라나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서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용기 있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한다. 경쟁과 이기심이 최선이던 세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유아들의 기초는 무엇일까? 인터넷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일까? 지식을 찾아서 정의롭게 활용하는 기초적인 인성일까? 이제는 결단력을 가지고 정해야 한다.
그냥 이대로 머리에 지식을 넣어주면서 어른의 역할을 다 했다고 안도하기에는 이제는 시간이 없다. 영아기부터 차근차근 희노애락을 거치면서 성장을 해야 밑 빠진 항아리가 되지 않는다. 변화는 힘들지만 ‘내아이’를 위해서 용기 있는 어른들이 되어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3. 3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