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은 정신없이 봄이 지나간다. 대단한 농군들이 일 년 동안 느끼고 관찰할 농사를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감자와 칸나를 심었다. 감자도 칸나도 모두 땅 속에서 자란 몸체를 심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런 특징을 나중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이때 이런 어려운 설명을 선생님이 강의를 한다면 유아들이 생각하고 기억할까? 아니 기억을 한다고 해도 얼마나 사고과정을 거칠까? 그저 TV를 보듯이 멍하니 받아들일 것이다. 여름반 유아들이 대답한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본다. 내 머릿속에서나 창의성이 말라버린 성인들의 머릿속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예쁜 생각들이다.
- 애벌레들이 나뭇잎을 못 찾고 꽃도 못 찾아서 나비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 꿀벌들이 꿀을 못 먹어서 꿀벌들도 사라질지도 몰라요. 꿀도 사라지겠다.
- 모래놀이터에서 놀 때 꽃이 띠용하고 나올 것 같아요.
- 땅 속에 사는 벌레가 꽃을 먹을 것 같아요.
- 꽃을 벌레가 사랑할 것 같아요.
선생님이 “꽃이 감자나 칸나처럼 땅 속으로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유아들이 대답한 내용들이다. 유아들은 감자나 칸나의 땅속 특징, 꽃의 특징 등 모든 지식과 경험을 머릿속에서 모으고 재편성하여 복잡한 사고과정을 거쳤기에 이처럼 아름다운 대답을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유아기는 창의성을 이미 가지고 있는 시기이다. 성인들이 어쭙잖은 지식을 넣기 위해서 창의성을 없애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꽃피울 수 있는 소양을 가지고 있다. 우리 유치원이 밖에서 놀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정말 중요한 자랑거리가 묻히는 것이 늘 속상하다.
석성숲 유치원의 정체성은 모든 활동에서 발문과 총체적 경험을 추구하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 선생님들이 질문내용과 문장까지 늘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교재가 자연에서의 경험이다. 이런 유치원의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 또한 나의 책임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4. 05.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