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을반 어떤 유아가 담임선생님에게 “선생님 저는 봄 반 때가 좋았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이 서운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을반 되면 졸업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봄 반이 좋아요. 더 있을 수 있잖아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유아의 다른 날 관찰기록에서도 애틋함이 묻어 있다.
우리는 지난해의 사진으로 수업을 할 때가 많다. 유아들에게 가장 좋은 수업자료는 자신의 경험과 가장 가까운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하고 싶은 말이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형님들의 활동 사진은 정말 좋은 수업자료가 되어준다. 앞의 그 유아가 “선생님, 저거 형님들이 그림 그린 거예요?” 라고 하면서 형님들에 대한 추억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활동사진에 형님들이 있는 것을 반긴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일까? 자라면서 나는 늘 더 빨리 성장하고 싶었다. 1학년 때는 2학년이 되길 바라고, 빨리 대학에 가길 바랐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그런 생각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왜 지금 보다 미래를 기대하면서 살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늘 목표지향적인 삶을 자타가 강요하였기에 현재의 행복에서 조금 멀어졌던 것 아닐까? 지금, 여기가 행복하다면 먼 미래를 동경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유아기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기억에 남는 시기는 아니다. 기억이 조금 더 남거나 덜 남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억과 상관없이 삶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하며 성격과 자아를 결정하는 시기이다.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의 이론에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자들이 유아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우리 유아들의 행, 불행은 평생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으로 자리 잡는다.
모두 위의 유아와 같이 지금! 여기! 를 좋아할 수 있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우리 유아들이 모두 지금! 여기!를 즐기며 세상과 자신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유치원이 되어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4. 2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