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 각각의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주문해 놓았다. 나의 생각은 여전히 위약효과라고 생각한다. 위약효과(플라시보)의 어원이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라고 한다. 가짜약은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에서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어서 신약은 반드시 위약 실험을 해야 한단다.
공기청정기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움직이는 유아들의 움직임으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매일 측정한 교실의 대기질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배기 시스템 이상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설치를 꺼린 가장 큰 이유는 ‘문 꼭꼭! 청정기 틀고! 나가지 말자!’ 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국가적으로는 NASA의 권고처럼 GREEN이 답이며, 개인적인 대처법은 면역력과 대근육 발달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래서 여전히 숲에 가서 놀 것이다. 그래도 나를 포함하여 모두의 마음이 편하다면 공기청정기는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대로변에 있는 분지형 교실은 정말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유치원은 위치부터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유치원을 처음 설립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인공적인 것을 피하려고 노력했었다. 너무 민감하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언제 새로운 물질의 피해가 드러날지 모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그토록 큰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석면으로 지은 학교들은 철거 후에도 유해성을 피할 수 없다.
교실을 도배해야 할 것인지 페인트로 해야 할 것인지 2주간 고민하고 검색했었다. 벽지를 바르는 공업용 접착제를 못 믿겠다는 결론으로 예쁘지 않지만 황토를 바르기로 했다. 원목은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우리 유치원은 가능한 원목이나 철로 만들었다. 물탱크도 플라스틱아닌 스테인레스로 시공했다. 가능한 스티로폼으로 가득한 환경미화도 하지 않는다. 규모에 비해서 좀 과하다 싶은 주방시설과 교실마다 정수기를 설치한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약효과일 것이다. 물을 떠다 먹으면 바로 세균 증식이 시작될 것 같아서 정수기에서 바로 마시도록 했다. 저기 보이는 송전탑을 직접 측정을 하기도 하고 경기도서비스를 찾아보기도 했다. 780m였다. 200m 쯤 되면 스마트폰 정도의 영향이 있다고 하니 안심하고도 남을 거리였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우리 현실이 참 속상하다. 어쨌든 모두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라며…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7. 05. 1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