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장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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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치원 선생님들의 신학기 첫 과제는 매일 학급 유아들의 장점을 하나씩 발견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잘 알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자세로 아름다운 것을 보는 습관은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1년을 함께 생활하고 부모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될 내 유아들의 장점을 찾는 것은 유아들과 선생님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서 필요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은 우리사회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져서 확산되었다. 그러나 장점을 찾는 것과 칭찬을 하는 목적에 따라서 방법이 달라져야한다. 칭찬을 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래에게 먹이를 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 찾기는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유아들을 성인이라는 이유로 길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 성인의 틀에 가두는 것은 유아들의 가능성을 오히려 방해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장점 찾기를 권유하는 목적은 선생님들이 유아들을 존중하고 인격과 인격의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유아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면 유아들도 서로를 존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한 장점 찾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루 아침에 한 두가지 사건으로 유아들을 알 수 없다. 그렇게 쉽게 단정 지으려 해서도 안된다. 한 장면씩을 인정하고 모아서 해석은 나중에 하면 된다. 굳이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유아들과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런 과정자체가 주는 교육적 효과도 매우 크다. 유아들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보고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엔 선생님들도 거창하고 거시적인 어휘로 유아들의 장점을 기술했다.

관찰력이 좋다. / 씩씩하다. / 밥을 잘 먹는다. / 창의적이다. / 활발하다.

위의 표현들이 장점이라고 하더라도 근거가 없으므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제는 선생님들의 묘사가 구체화 된 표현으로 바뀌고 있다.

사슴벌레를 발견함.

마이크 들고 자기 소개하는 것을 좋아했다.

오늘은 고기를 세 번이나 먹었다.

옷에 물이 많이 튈 정도로 즐겁게 놀이함.

하루 만에 스스로 잠바를 정리해서 놀랬다.

“선생님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해줌.

“제가 데려올게요.”

“00아 나도 같이 아이스크림 만들어도 돼?”

거창한 표현이 아니라 장면 그대로를 묘사했을 때 훨씬 더 유아의 행동과 성향을 이해하기 쉬워진다는 것을 위의 문장으로도 알 수 있다. 잘했다. 장하다. 이겨라 이런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유아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고 작은 행동 하나를 장점으로 기억해주는 연습이 우리 모두의 관계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 필요하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03. 0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