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유치원은 수업시간에 해야 할 대화나 질문을 자세하게 정하고 활동을 한다. 따라서 수업은 교사들의 자율권 안에서도 어느 정도 일관성이 유지가 된다. 가끔 교육학을 30년 했다는 나로서도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교사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해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교실에서 유아들과 교사만 통하는 관계 속에서 가장 깊이 있는 교육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교사들의 활동 평가를 보면서 ‘왜 이렇게 발문했을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관계를 이해하고, 교사의 의도를 알면 무릎을 치게 된다. 한 교사가 밖에 있는 버섯을 잘 기억하고 교실에서 그림으로 표현을 하자고 활동을 진행했다. ‘가지고 들어와서 그려도 좋은데 기억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라고 환류를 했다가 이내 철회를 했다. 교사의 평가를 보면서 바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자세한 관찰을 위해서 기억하자고 하셨군요.’ 라고 바로 덧붙였다.
유아1 : 선생님 오늘 제가 찾은 버섯은요. 겉에는 흰색이고 안에는 노란색이었어요. 색깔이 조금 화려하니까 독버섯 아닐까요?
유아2 : 맞아 독버섯일수도 있어. 내가 찾은 건 나무에 붙어있고 흰색이었어.
교사: 교실에 가서 기억하고 그려볼 수 있도록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유아1 : 그럼 우리 다시 가보자! 네가 찾은 거랑 내가 찾은 거랑!
유아2 : 그래! 가보자. 네가 찾은 버섯이 무슨 색깔이라고?
숲에서 찾은 버섯을 기억하고 교실에 들어와서 그릴 수 있도록 자세히 생김새를 관찰하라고 발문하였더니 어린이들이 교실에서 그릴 때 더욱 섬세하게 그리는 모습이 보였다.
교사는 유아들의 관찰력과 집중력을 위해서 굳이 기억을 했다가 그리자고 한 의도가 담겨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교사와 유아, 유아와 유아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아야 함을 알면서도 내가 마치 모든 것을 아는 듯이 판단하려 들 때가 많다. 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관계에 대해서 존중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09. 0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