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국가수준 유아교육과정은 ‘누리과정’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어 있다. 이번에 놀이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되었다고 교육당국에서 연수를 종용했다. 그러나 사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유아교육과정은 생기는 순간부터 놀이 중심이었고, 놀이중심 교육과정은 나라를 불문하고 모든 학자들이 주장하는 원칙이다. 단지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반영이 되지 못한 것 뿐 이다. 선생님들이 자고 쉬어야 하는 소중한 토요일에 불러 모아서 시답잖은 연수를 할까봐 속상했다. 그래도 애써 다녀왔으니 선생님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연수 보고회를 간단하게 가졌다. 선생님들이 느낀 연수 결과와 나의 평가를 정리해 본다.
연수내용에서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교육당국의 변화를 정리해 보자고 했더니 선생님들은 “재활용 만들기의 소중함을 알린 것. 가능하면 놀이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강조한 것” 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듣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재활용 만들기 많이 하기. 신체 활동 많이 하기, 바깥놀이 꼭 하기, 공간모두를 활용하기, 영역 구분하지 말고 실내외 구분하지 말기. 등 우리가 하고 있는 그대로 라고 했다.
실현된다면 유아교육 전체의 질이 올라갈 수 있는 좋은 내용이지만 또 다른 탁상공론으로 실패할 확률이 보였다. 내용면에서는 놀이를 활성화 하고 발전하도록 하는 자극에 대한 고민이 빠졌다는 것과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역시 공부를 안 시키니까 발전이 없어. 사교육이라도 시켜야 해” 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럼 사교육만 부추기게 될 것이다.
환경적인 면에서는 어디서 신체활동을 할 것인지, 바깥놀이를 할 때 미세먼지 대비를 어떻게 할 생각인지 대책이 없다. 이재정 교육감이 학교에 나무를 심는다고 했는데 식목을 시작해도 그 나무가 언제 자라서 공기를 막아주고 정화해 줄 것인가?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적용을 먼저 고민하지 않고 좋은 말만 늘어놓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유치원이 놀이를 하기 위해서 대책을 세우는 기간만 개원 전 4년이 소요되었고 현장 수정이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전체의 논의기간은 적어도 우리 유치원 이상 확보되어야 하고, 준비가 완벽해진 후에 시작해야 실패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11. 1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