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의미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칼럼칼럼

벌써 김장을 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6년 동안 매년 11월 3주 목요일에 해 왔었는데 올해는 한 주 늦게 담그게 되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지난 주에 할 수가 없었다. 올해만 일시적인 날씨 변화이길 바라지만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우리 가을반 유아들은 위도에 따라서 김장을 하는 시기가 다른 것을 활동했었기 때문에 날씨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 역시도 유치원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기후와 계절에 대해서 민감해지게 되었다. 나보다 자연에 민감한 우리 유아들에게 김장은 여러 의미가 더 있을 것이다.

이번 김장을 하면서 느낀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그 하나는 지식을 설명하는 방법에 대한 교사로서의 성장이다. 또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으로 접근하면서 지식을 지혜로 담아내는 학습자의 성장이다. 김장에 대한 사실과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 대해서 선생님들과 긴 시간 토론을 했다.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이다. 빠른 시간에 많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면 된다.

    • 춥고 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는 것이 김장이에요.
    • 김장 문화가 이어져 협동, 나눔, 전승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이어졌어요,
    • 유네스코에서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소중한 무형유산이라고 인정해서 2013년부터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어요.

이렇게 설명을 하는 것이 교수자 입장에서 김장에 대한 사실을 전달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그러나 학습자가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기억에 남기려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직접적인 행동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받아들이는 정보와 지식을 일시적으로 해마에 저장한다. 그 중에 의미 있는 기억을 각각의 뇌 영역에 의미에 맞추어 장기저장하게 된다는 것이 최근까지 연구된 뇌과학 이론이다.

단기 저장된 기억이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이 참여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유치원의 활동은 더디고 미련해 보이는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100개가 넘는 자연물을 세어보기도 하고, 한글을 익히기 위해서 수도 없이 많은 활동을 하면서 글자와 일상을 관계 맺는데 집중한다.

김장도 그렇다. “김장을 겨울에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고구마 순과 고구마를 캐지 않았다면 겨울 땅속에서 어떻게 되었을지 몸으로 표현해 보세요.” 라고 유아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유아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겨울의 식물에 대해서 유추하게 되고, 몸으로 표현하면서 정보를 출력해 보는 경험을 한다. “겨울에 배추를 그대로 땅에 두면 어떻게 될지 몸으로 표현해 보세요.”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면서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지혜를 넓힐 수 있다. 뇌 과학적으로도 자신의 지식을 표현하면서 출력되면 연결자극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김장을 준비하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이렇게 또 교수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하여 한걸음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다. 교사와 유아 모두 오래 걸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한 지식은 잊혀 지지 않는다. 반면 앉아서 듣기만 했던 지식들은 지혜가 되기 어렵다. 유아들이 김장을 3일에 걸쳐 하였지만 김장에 대한 활동들은 2주 이상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각자 연령에 맞는 만큼 총체적으로 김장에 대해서 접근한 경험은 우리 유아들에게 지혜가 되어 줄 것이다. 교사들의 기록을 보면서 올 해도 김장이 유아들과 교사에게 의미 있는 주제였음에 감사한다. 아래의 내용은 교사들의 기록이다.

    • 오늘은 평소보다 김치와 반찬을 더 많이 먹는 모습이 관찰된다.
    • 아, 너무 많이 바르면 안 된다고 했지!(바른 김칫소를 덜어낸다. 김칫소를 적당히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 나누기를 기억해서 실천한다)
    • 유아들과 지역별 김치를 숲에서 자연물로 만들며 김치의 특징을 찾았다.
    • 김장하는 순서와 방법을 형님들과 함께 알아본 뒤 유아들이 스스로 순서를 알아맞혀 붙여보며 김장을 하는 것에 기대감을 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유아들이 김장을 할 때 모든 재료가 준비되어 배추에 김칫소만 바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스스로 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것의 중요함을 알았다.(실습교사)
    • 유아들은 자신이 만든 김치의 맛이 궁금했는지 손에 묻은 양념을 살짝 맛보는 모습이 보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11. 2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