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습관 중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공부 습관’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곧 성공이라고 확신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하여 광고를 통해서도 자주 듣다 보니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학습지, 학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학습지까지 광고가 넘쳐나고 모두 한결같이 ‘재밌다, 습관이 생긴다.’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방법은 과연 공부가 재밌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더불어 공부를 습관적으로 한다는 것이 이 시대에 옳은 표현인지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다음에 제시된 그래프는 유아들의 발달에 대해서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생식기관 발달 외에는 급한 경사를 보이는 구간이 모두 6세 이전이다. 그 중에서 ‘뇌와 머리’의 곡선이 6세 이전 가장 급격한 발달을 보인다. 유아들의 뇌 발달은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많이 가지고 태어난 뇌세포 중 사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가지치기하여 많이 사용하는 부분을 더 견고하게 만든다는 사실들이 발견되었다. 태어날 때 뇌의 무게는 어른의 25%에 불과하지만 1년 후에는 75%가 되어서 1년 사이에 3배가 된다. 물론 물리적인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뇌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뇌의 질적인 변화는 무게와는 다른 문제이다. 이처럼 중요한 뇌 발달의 시기에 사고 과정 없이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공부(학습)는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앞서 밝힌 운동의 경우에는 습관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식습관, 수면습관과 함께 매우 중요한 일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부는 뇌를 사용하면서 늘 다르게, 새롭게 사용하는 창의성이 습관보다 중요하다. 뇌의 물리적인 크기와 무게가 변화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발달로 측정이 가능해졌고, 뇌 과학에서 활성화되는 상황과 뇌의 부분들이 담당하는 일을 찾아내는 정도는 알 수 있으나 뇌가 질적으로 발달하는 ‘학습의 메커니즘(mechanism)’은 눈에 보이는 자연과학적 기법으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뇌의 질적 발달은 여전히 인문과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Heckman이 자신의 연구는 생물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사회학자 및 통계학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이유도 학습의 질적 메커니즘을 자연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인지적 과정에 대한 이해가 철학, 심리학, 통계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교육학의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는 학습 결과를 산출하는 인지적 과정이 정보를 투입(주입)하고 처리(암기)하고 저장(반복 기억)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연습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받아쓰기 시험에서 정확하게 그것을 쓰는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글자 쓰는 연습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전적 정의도 아직 그렇게 쓰여 있다. 과연 그럴까? 독자들이 스스로 질문에 답을 해보시길 바란다. 개인차는 없을까? 몇 번을 반복하면 백 점이 될까? 그래서 많이 하는 말이 “집중해라”였다.
공부, 학습을 못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며, 대부분은 집중하고 싶지만 잘 안 되었을 것이다. 끈기 있게 생각하고 싶지만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롯이 각자의 노력 부족, 각자의 문제로 남기는 것은 옳지 않다. 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6세 이전의 교육과 투자이다. 6세 이전의 교육은 뇌 발달의 양적 증가와 함께 뇌의 질적 발달로 안정, 조화, 다양화, 결합, 자원의 활용에 집중하는 것이 답이다. 6세 이전에 단 한 번이라도 “재미없다. 어렵다. 하기 싫다.”는 말을 하도록 하는 학습 노동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멍하니 재밌는 그림을 보는 것이 재밌는 학습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 사회적인 경험에서 메타인지가 발달하고 집중과 끈기가 생긴다. 그래서 모두 입을 모아 6세 이전은 인성, 사회성, 창의성이 발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다음에 이어가고자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3. 0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