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기 상담 이후 부모님들께 설명이 가장 시급한 주제가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내가 개발한 ‘스마트기기 이용실태’검사 도구를 연구에 사용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서 2018년 한양대 소아정신과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했었다. 연구과정에서 부모님들이 스마트폰을 제공하면서 생기는 문제 연구와 중재 프로그램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인지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절대로 반대다.
이론적으로 첫째, 스마트폰은 유아들을 ‘과몰입’상태에 이르게 한다. 유아들이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상태가 사실 뇌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상황이다. 뇌 발달이 가장 활발한 영·유아기에는 작은 자극에도 적극적인 반응을 하면서 뇌 발달이 일어나야 하는데, 스마트폰의 모든 콘텐츠는 더 빨리, 더 자극적으로 유아들의 뇌를 무뎌지게 만든다. 둘째, 교육적이지 않은 광고에 노출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사꾼의 의도에 휘둘리게 된다. 셋째, 다른 놀이를 찾고 싶은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창의적인 놀이기회를 박탈한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모두 지시적이고 수동적인 활동이다. 자발적 놀이를 충분히 하지 않은 유아기를 보내면 자발성과 사고력이 저하되어 자발적 학습은 물론이고 사고를 요하는 모든 학습이 저조해진다.
이런 이론적인 설명보다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현상적 경험이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유아들은 이용 이후에 짜증이 늘고 우울감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2018년 연구과정에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대부분 부모님이 모두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런 것인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첫째, 스마트폰의 영상보다 더 자극적인 활동이 없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시간을 연장해 주어도 나아지지 않을뿐더러 허용하면 할수록 더 심해진다. 오래 하면 할수록 아무 생각 없이 강한 자극이 들어오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후의 모든 활동이 시시하게 느껴지게 되므로 더 짜증이 난다. 부모님들이 보상이나 협상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제공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둘째, 뇌 의학, 뇌 과학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보는 상황에서의 뇌파가 다르다. 한양대에서 뇌파검사기기를 가지고 와서 측정했을 때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된 유아들은 뇌파의 반응이 약하고 불안정했다. 이는 학습적인 내용의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며, 유아용일수록 더 매력적인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전혀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 심지어 언어학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계형성을 동반해서 언어를 배우게 되는 영유아기에 기계음은 소음일 뿐이다. 현재 유아의 25%가 언어발달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언어발달이 더 심각하다는 것을 나와 교사들은 느끼고 있다. 이는 후에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석성숲유치원의 교사들은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여부를 금방 알아차린다. 석성숲유치원의 교수·학습 방법이 사고력과 자발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 많이 느껴지는 것이겠지만, 스마트폰을 보는 유아들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의욕이 감소하고, 짜증이 증가하는 등의 특징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여부를 교사가 금방 아는 것이다.
스티븐 잡스나 빌 게이츠는 본인의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시대에 안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거나, 집을 어지르지 않고 부모님을 귀찮게 하지 않는 도구로 스마트폰을 이용했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집이 어질러지더라도 유아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 재활용 만들기, 오리기, 색칠하기를 할 수 있도록 재료와 장소를 제공하고 함께 즐기는 시도를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밖에서 “얌전한 아이, 예절 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서 스마트 기기를 주었다면 다른 노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2018년 중재 프로그램에서 외식을 하러 갈 때도 색종이와 색칠자료를 가방에 스스로 챙겨가도록 지도하고 식당에서 스마트 기기 대신 하도록 제안했었다. 이렇게 부모님들과 유아들이 실천한 결과 유아들은 짜증이 없어지고 언어발달, 사회관계, 사고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밖의 다른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잘 모르거나 실천이 어려운 부모님들은 담임에게 도움을 청하면 모두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실제로 상담 이후 부모님의 변화로 인해 유아들이 달라진 모습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에이, 설마 1주일 만에?”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유아들은 놀라운 가소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달라진 유아들의 발달상황을 담임교사들은 바로 느낄 수 있다. 성인의 행동수정은 쉽지 않은데, 이렇게 유연한 사고를 가진 부모님이 계시기에 자녀 역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4. 2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