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는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서 5년간 교육이야기에 많이 썼었다. 칭찬에 대한 연구들은 30년 이상 이루어졌고 이미 현상적으로도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원칙처럼 적용되는 이론이다.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 자료에서 칭찬에 대해 언급한 것을 발견했다. 교사들을 위한 자료인데 아래와 같은 문제를 제시했다. 역시 우리나라답게 정답이 제시되어 있었다.
석성숲유치원은 ‘잘 했다.’, ‘예쁘다.’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는 교육안내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믿는 것이 아직은 보편적인 인식인 것 같다. 잘못을 찾아 꾸짖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던 단계에서는 칭찬을 확산시키는 것이 시급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이든 벌이든 모두 수직적 관계에 대한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언행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어른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하지 않는다. 잘했다는데 왜 안 될까? 잘했다는 말에는 수직적인 관계를 인정하는 의미와 평가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어린 사람이 어른에게 잘했다고 하는 것은 실례이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잘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고 친절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잘했어”는 어른 입장에서 간편한 친절이지만 듣는 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
수직적 관계든, 수평적 관계든 칭찬을 하면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 실례를 들어 보려 한다. 5살, 7살 남매의 이야기이다. 이 두 어린이 모두 부모님의 지극한 관심과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는데 자존감이 낮은 편이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을 가졌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두 자녀를 비교하거나 편애하는 것도 아닌데 동생은 “난 그림 못 그려요.”라고 말하며 시도하려 하지 않고, 누나는 “엄마 이거 해도 돼요?”라는 말을 자주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가정과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결과에 대한 막연한 칭찬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림을 잘 그리는 누나에게 “갑순아, 그림 잘 그렸다. 갑순이 그림이 최고야”라고 칭찬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동생은 자신의 그림과 비교하게 될 것이고, 도전할 의욕이 줄어들 것이다. 또 늘 동생보다 잘해서 칭찬을 듣고 싶은 누나는 어머니에게 의존적으로 확인하고 행동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은 남매를 비교하지도 않았고, 나쁜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럴 때 누나의 그림을 보고 무엇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이제 실천의 문제가 남는다. 석성숲유치원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 “선생님은 이제 과정을 격려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시죠?”라고 물었더니. “잘했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지만, 가끔 표현이 막힐 때는 있어요.”라고 하였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림 그리는 상황이라는 전제로 교육부 자료를 이용해서 연습해보자.
- “우리 미선이에게 칭찬 박수 쳐 주자 ‘짝짝 짝짝짝’ 공주님 박수.”
이렇게 하면 미선이는 자존감이 올라가고 도전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평가받는 것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공주 같다는 표현을 쓰는 정도의 편견을 가진 교사는 없으리라 믿고 싶다.
- “갑순아, 훌륭한 그림을 완성했구나.”
- “너희들도 미선이 그림을 보았니? 역시 우리 미선이가 최고야.”
훌륭한, 최고는 기준이 필요한 용어이다. 갑순이나 미선이는 다음에 이렇게 훌륭한, 최고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부담을 가져야 하며 다른 친구들은 이 친구들에게 경쟁심, 시기심을 갖거나 의욕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까 네가 그림 그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구나.”
위의 칭찬은 해답에 O 라고 하였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표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오래 그리는 것과 최선은 동일시할 수 없는 가치이며,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적절한 동기부여는 “네 느낌은 어때?”,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얘기해 줄래?”, “갑돌이가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등 ①현재 상황을 관찰하고 그대로 묘사해 주는 표현 ②주관적인 느낌을 말하거나 물어보는 표현 ③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지난번과 다르게 오늘은 바탕색을 꼼꼼하게 칠해주었네.” 등의 표현이 가장 무난한 관심의 표현이며 동기유발이 된다. 이럴 때 유아들은 스스로의 역할이 존중받고 있으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5. 03.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