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대안교육을 하는 부모님들께 전달한 내용이다. 우리 유아들도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자는 의미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1년 반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장기 결석을 했던 학생들은 점점 자발적 참여가 어려워지고, 생각하거나 움직이는 것이 게을러지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의 발달이 늦는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고 전례 없이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의 수업과 활동에 내가 직접 참여했다. 이전 선배들과 달리 시간을 주어도 머뭇거리며 잘 놀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 놀이조차 자발적으로 못하는 태도가 학습도 자발적으로 못 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한 학기 동안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로 놀이를 결정하고 진행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스스로 학습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한 학기 동안 느낀 일화들을 통해서 이런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름 내내 아무 과제나 도움도 주지 않고 스스로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년차 학생들이 대부분 이전 선배들보다 수학을 어려워한다. 결석으로 수학과 일상을 연결하는 경험이 적어서 그렇다. 수학의 필요성에 대해서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학을 왜 하는 걸까요?”라고 질문을 하자 1년차(하늘반) 학생 중 가장 놀이성이 높고, 수학을 즐기는 한 학생이 “물건을 살 수도 없어요.”라고 매우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그렇다. 내가 원하는 답이었다.
그런데 다른 학생이 “논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요.”라고 한다. 그래서 “논리적인 사고가 무엇인지 말해주세요.”라고 하니, “모르겠어요.”라며 고개를 숙인다. 어머니 말씀이라도 본인이 알 때까지 질문하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을 시키는 대로 하지 말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엄마가 그랬어요.”라는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학생은 단순계산은 잘하는데 수학적 개념을 물어보는 문장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다.
계획안을 미리 배부하는 목적은 학생 스스로 생각해오도록 하는 것이다. 미리 생각하는 예습은 좋다. 하지만 부모님이 개입된 예습은 안 된다. 이런 경우 누구에게도 기회를 주지 않고 집에서 엄마와 했던 내용을 혼자 말하는 배려는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숲에서는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데 부모님의 개입은 앵무새, 아바타를 양성하는 것이다. 난 그런 교육은 하고 싶지 않다. 교사가 부탁하는 활동이 있을 때만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보완을 해주길 바란다.
예습을 부모님이 주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뒤처지게 되는 것을 염려하기보다는 다른 친구보다 앞서게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경쟁하고 싶다면 공립학교가 어울린다. 이 나라는 철저하게 그런 나라니까 그 체제를 이용하면 된다. 부모가 자녀를 앞에서 끌어가려면 모든 시간과 지식을 다 바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부모의 기대대로 성적을 받을 확률은 2%정도로 추정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계획대로 되었으니 이런 경우 부모님은 행복할 지도 모른다. 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님의 뜻대로 살 수 있다면 견딜 만할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이끌었을 때 나머지 98%는 기대에 못 미쳐서 고민을 하거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어느 쪽이든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는 자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불행을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부모도 교사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내 인생도 아닌 자녀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교만함은 버려야 한다. 내 자녀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길 당부한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때부터 10년간 부모의 할 일은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교육은 과학이고 연구가 필요하다. 예전에 바르다고 생각하던 명왕성이나 지동설처럼 지금은 틀렸다고 연구 결과로 밝혀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주먹구구식 경험이 강요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영어만 강조해서 모든 발달을 방해하는 부모님, 내가 어릴 때 피아노를 못 배워서 내 아이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친구들보다 못 할까 봐 노심초사 마음을 내비치는 부모님, 일기를 불러주는 부모님, 사달라고 하는 것은 모두 사주는 부모님, 내 아이의 거짓말(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하는 말 포함하여 유아들은 생각보다 치밀하게 자기 합리화를 할 수 있다.)을 믿고 자녀의 음해를 방치하는 부모님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멈추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의 요구에 대해 가치판단의 기준을 알려 주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은 반드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서 세상의 가치를 알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절대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이해시키고 “다른 친구들도 하니까 나도 해줘”라는 요구는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 “옆집 애는 하는데 넌 왜 못하니?”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8. 12.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