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에 처음 다니는 유아들 중에는 깨끗하게 싹싹 긁어먹는 유아들이 있다. 아마 어디서인가 그렇게 배웠을 것이다. 그런 유아들이 먹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깨끗하게 먹는 것이 중요한 습관이긴 하지만 덜 먹더라도 억지로 먹지 않고 건강한 식습관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유아기에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먹어서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면 후일 좋은 식습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누가 지켜보지도 않는데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영양이 과잉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시대에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먹는 습관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청, 조리사님들, 현대푸드시스템(납품업체)에서 우리 유아들이 유달리 많은 양을 소비한다고 놀란다. 그 이유를 산에 다니며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요하지 않는 환경의 영향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내용은 내가 2016년에 썼던 교육이야기의 내용이다. 지금도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이지 말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식습관에 대해 조금 달라진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가 처음 교사를 했을 때는 유치원에서 간단한 간식만 먹고 유아들은 오후 1시 이전에 귀가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가 학교급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유치원까지 급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전에는 유아들이 부모님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정서와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의 흐름이었으며 따라서 유치원에서 일찍 귀가하고 가정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유아기의 기관교육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급식을 해야 한다면 명분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유치원이 식당업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배고픔만 달래면 되는 일시적인 급식소도 아니므로 교육기관다운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치원을 개원하기 전에 여러 연구를 찾으며 고민을 했었다. 유아기에 학업을 할 수 있는 기초적인 뇌구조를 만드는 것, 모든 발달의 기초가 되는 신체발달과 정신건강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이 유치원의 목표인 것처럼 내가 세운 급식의 목표는 ‘평생 건강한 식습관의 기초’이다. 식습관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기도 어렵고, 병이 생긴다고 해서 식습관이 문제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기 때문에 그동안 연구결과를 믿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식습관을 정할 수밖에 없다. 실천 강령으로 자연식품(가공하지 않은 재료)의 사용, 저염식, 저당조리, 육류와 채소의 조화 등을 정했다. 이렇게 급식을 하면서 편식을 하던 음식도 조금씩 먹어보도록 하면 유아들의 식습관이 개선되어 간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편식은 특정 음식만 좋아하기, 특정 음식만 안 먹기, 음식에 대한 무관심으로 나눈다. 유아기 이전에는 후각이 성인보다 더 민감하여 특별한 향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차츰 경험을 누적하면서 거부감을 줄여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오이만 못 먹는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모든 채소를 안 먹는다면 분명 영양적인 문제가 생긴다. 편식을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지금 나의 생각은 편식은 유아기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영양적인 불균형 외에도 편식습관과 건강, 사회관계, 인지발달속도의 부진이 편식과 관련이 있음을 현상적으로 관찰하게 되었고, 유아기의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를 찾게 되었다.
유아기에 갖게 된 인식은 바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아기의 성향은 어떤 것이든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편식 행동은 유아가 예민하고 정서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 심신 상태에서 더 많이 나타나고 그로 인한 민감함, 스트레스가 악순환이 되는 사례를 밝힌 연구들이 있다. 유치원 시기를 넘어가면 다른 발달과 마찬가지로 편식 성향도 고치기가 어렵다. 유치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균형 잡힌 성향을 기를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도와야 한다.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유아들의 편식행동은 가정의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으로 가정과의 연계지도가 없이는 어렵다.
유아기의 식사지도는 단순한 음식 먹기나 배불리기가 아니며, 중요한 교육의 기초라는 것을 알고 가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음식에 대한 무관심을 없애기 위해서 스스로 먹어야 한다. 유치원에 입학한 연령이 혼자 먹지 못한다면 정상발달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나 거부를 없애기 위해 늘 다른 가공하지 않은 천연식재료를 제공해야 한다. 당장 입맛에 맞지 않아서 적게 먹더라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자극적인 공장식품을 먹은 것보다 훨씬 유익하며, 차츰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기초가 된다. 유치원의 다른 교육처럼 서서히 건강한 식습관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편향되지 않는 건강한 발달을 할 수 있게 되고, 먼 후일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9. 01.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