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공교육은 훈육 상황이 있어도 뒷일이 귀찮아서 눈감아 버리는 교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헌데 이는 교사만의 책임은 아니다. 교사가 선생님이길 포기한 것은 학부모의 인식이나 행동도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것이다. 또한 체벌과 훈육을 동일시하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도 문제이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구성주의를 연구하면서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일어나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며 교육적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폭력으로 훈육하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교묘하게 숨는 기술만 늘고 음해, 거짓말, 위선을 가르치게 될 뿐이다. 하지만 폭력과 훈육은 다르며 훈육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반드시 가르쳐주어야 한다. 유아교육 오 개념 중 하나가 ‘기죽이면 안 된다’이다. 유아들을 존중해야 하지만 잘못된 행동조차 허용하는 것이 ‘기’살리는 것은 아니다.
교육자(교사, 부모, 어른)는 피교육자의 행동에 대해서 폭력이 아닌 훈육으로 행동의 가치판단을 지도할 의무가 있다. 교육자가 반드시 수정해주어야 하는 행동과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을 구분해야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성숙하여 자연스럽게 사라질 행동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정적 행동이 내면의 정서로 자리 잡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발달단계를 고려해서 적절한 교육방법을 찾고 적용해야 한다.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허용적이거나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성과 도덕성의 발달을 확인하는 방법의 하나로 조망수용능력 발달검사가 있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비교적 사회정서발달수준 확인에 신뢰도가 높은 검사이다. 먼저 시각적 조망수용능력이 생기는데 이때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서 가치관이 정립되도록 해야 한다. 이 단계에는 거짓말을 할 수는 있지만 비교적 단순하여 바로 시인하고 사과하도록 지도하면 된다. 이때부터 거짓말에 대해 “네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사실대로 말하도록 가르쳐 주어야 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지 않도록 지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다. 사실을 설명하는 능력과 창의성은 전혀 관계가 없음으로 거짓말을 창의적 사고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음은 사회적 조망수용능력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사회적 조망수용능력이 형성되면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정교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애들이 다 그렇지”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여 계속 기만하는 행위를 하며 위선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학령기까지의 도덕성과 사회관계기술은 그 영역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지발달과 학업성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래 사례는 실제 있었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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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6세 학생이 외워서 쓰기로 한 시를 몰래 책상 밑에 감추어 보고 쓴다.
사회적 조망수용능력이 형성되었다면 이런 행위를 허용하면 안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다면 벌칙이 적용되어야 하며 자신과 교사를 기만하는 것이 나쁜 행동임을 정확하게 주지시켜주어야 한다. 또한 이런 행위는 뇌를 사용하여 사고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수 없음으로 학업에도 큰 지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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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5세 학급에서 자신이 먹은 자리는 스스로 치우기로 했는데 시정되지 않는다.
서로 미루는 행동을 거듭하여 약속을 또 어기면 간식 먹지 않기로 교사와 학생들이 약속을 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로 미루고 치우지 않는다면 교사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한 번 간식을 못 먹는 것보다 행동의 수정과 약속의 이행이 교육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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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5세가 어머니 곁에 딱 달라붙어 있으려 한다.
이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허용하는 수준을 정해주고 허용해도 된다. 문제행동으로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특별히 원인이 있는지 관찰하여 도와줄 수 있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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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을 신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는 스스로 밥을 먹는 것이 서툴고 오래 걸린다.
만 3세라면 인내를 가지고 연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만 5세라면 발달 문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른 시일 안에 또래 친구들과 비슷하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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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합연령 시간인데 만 5세가 정리하기 싫어서 숨어 있고 동생들만 정리한다.
사회적 조망수용능력이 형성된 이후 이런 반사회적 행동을 허용하면 안 된다. 이런 일이 지속한다면 어떤 벌칙을 적용할지 정하고 자신과 교사를 기만하는 것이 나쁜 행동임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사회적 책무와 리더십을 갖는 것에 방해가 되는 정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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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잘못된 행동은 말하지 않고 타인을 비방하는 말을 한다.
미란다 원칙에도 있듯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것은 본능이다. 하지만 교육은 법 적용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혀 사실만 이야기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10. 20.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