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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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시작된 유아들의 적응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학년도를 실감하는 하루하루이다. 만 3세는 유치원 입학 이후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는 시기이다. 처음에는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금씩 기다려주고 연습을 하면 점차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게 된다. 처음부터 혼자 척척 해내는 유아는 없다.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점점 발전하게 된다. 유아들이 혼자 해내는 것이 많아지도록 하려면 성인의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아침에 바쁜데 늦장을 부리고 혼자 옷 입기, 신발 신기가 오래 걸리면 “오늘만 해줄게”라며 현실과 타협을 할 것이다. 그런 일상이 예측된다면 조금 일찍 시작하도록 하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런 일상생활의 자립심이 모여서 매사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크면 다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나중에 스스로 하게 되더라도 유아기부터 자발성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발달의 특성을 모두 습득할 수 없고 기초도 부족해진다.

유아기는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양육자의 참을성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며 양육자의 생활 태도도 규칙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유아들도 건강한 발달이 가능하다. 이 시기에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독려해주지 않으면 이후의 모든 발달이 어려워진다. 어설프고 힘들어 보여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친절하게 차근차근 방법을 설명해 주고 혼자 할 수 있도록 지켜보아야 한다. 유아들이 흘리더라도 혼자 먹고, 혼자 양치하는 것은 모든 발달에 기초가 된다. 하찮은 것 같은 일상이 자아효능감, 자존감을 기르고 인지적인 활동도 스스로 하려는 용기가 생기도록 한다. ‘나도 독립적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시기이다. 이런 시간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자기주도 학습을 못한다.’고 타박을 하게 될 것이다.

유치원에 입학하면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도 인정하고 발달에 맞추어서 대해 주어야 한다. 인간은 백지로 태어난다는 17세기 로크의 주장은 과학으로 뒤집혔다. 인간은 모두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누구나 똑같을 수 없다. 이런 다양성을 알게 되니 교육은 더 어려워졌고, 이전처럼 누구나 똑같이 시키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적어도 유아기에 정서, 생활습관, 인지적 의욕을 단단하게 해주어야 타고난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 유치원을 처음 개원하던 8년 전에 내 생각은 유아들은 정규수업 시간 이후 부모님이랑 지내는 것이 바람직한 양육환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정에 부모님이 계시면 방과 후 활동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었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달라졌다. 일찍 귀가해도 부모님이 양질의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다면 유치원에서 교사와 친구들과 놀이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환경이다. 여기서 양질의 환경이란 스마트기기를 보지 않는 것,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 관심은 기울이지만 간섭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나쁜 환경은 지시적인 학습하기, 보상으로 스마트기기 보여주기, 설탕 듬뿍 간식 먹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에 남아서 여러 가지 지시적인 특기 활동을 한다면 양질의 환경이 아니다. 잠깐의 주입식 교육이니까 괜찮다거나 효과적일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만족하겠지만 배우는 유아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이 되는지 고민하지 않고 “시켰다. 가르쳤다.”에 만족하는 성인 중심의 사고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지시적인 교육에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계속 그 방법으로 학습을 시키려고 한다. 어떤 유아는 피아노 교육의 효과가 전혀 없고 거부감이 커지지만 어떤 유아는 지시적인 피아노 교육을 잘 참고 따라간다. 잘 참고 따라간다고 해서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참는 것과 즐기며 해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잘 참는 순종적인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배움을 원한다면 유아기가 지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면 유아들은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천천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은 오후에 바로 조리한 간식을 먹고, 즐겁게 놀고, 바깥 놀이하는 것이니 가정에서 이 정도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유치원에서 노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그래서 지금은 양육자 모두 일을 하지 않아도 방과 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놓게 되었다. 운동 발달을 위한 활동을 하고 바깥 놀이를 하는 외의 어떤 지시적 활동도 하지 않는 석성숲유치원 교육의 결과에 자신이 생겼다. 교육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 이제 10년 차가 되는 석성 숲유치원교육의 결과에 대해서 올해는 조금씩 소개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3. 09.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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