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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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성숲유치원은 지금 가게들이 늘어선 시장이 되었다. 드디어 유아들이 가게놀이를 하는 것이다. 돈을 만들고, 가게를 짓고, 물건을 진열하고, 물건을 팔고, 사고 모든 활동이 놀이이다. 지금은 마감 할인을 한다며 할인권을 만들어서 주고 있다. 유치원에서 하는 모든 활동은 놀이여야 하고 실제 석성숲유치원의 거의 모든 활동이 놀이이다. 이처럼 친근한 ‘놀이’이지만 부모 교실 주제에 대해서 교사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해마다 빠짐없이 ‘놀이’를 주문한다.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놀이 인식 연구를 해보고 싶지만, 모든 유아의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무선 표집을 하고 놀이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작업은 엄청난 규모의 연구이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석성숲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부모님들은 유아의 놀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교육에 적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아들이 나와 인연이 닿은 순간 나는 정말 간절하게 유아들의 현재와 미래에 큰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부모님의 이해와 조력이 필수적이므로 부모님이 놀이에 대해서 이해해 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교사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으로 놀이와 관련된 주제로 부모 교실을 진행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유아들의 놀이와 유아기 이후의 놀이는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유아기 이후의 놀이는 자신의 본업과 관계없이 즐기고, 쉬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아동 인권에서는 건강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기 위해서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60개월 이하 유아들의 놀이는 그 이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유아기의 놀이는 삶 자체이며, 신체발달, 언어발달, 인지발달, 사회관계 기술의 발달, 자신의 재능 개발의 초석으로써 놀이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어느 어머님이 담임교사에게 “왜 학원을 못 다니게 하냐? 공산당이냐, 내가 결정할 문제이다. 운동 발달도 싫고, 오후 간식도 싫고, 3시에 귀가시켜 달라.”라고 요구하셨다는 보고를 받았다.

학원이나 학습지를 못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어머니 말씀이 맞다. 그저 석성숲유치원은 유아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권면하는 것이다. 유아들은 교육의 내용보단 교수 방법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분명히 모든 부모님들은 유아들이 교육을 받으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아기의 교육은 내용보다 성향과 방법을 익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교육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OECD와 교육 선진국의 연구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와 교사들은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으로 유아기의 교육은 방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서 신체 발달을 하고, 필요에 의해서 소근육을 단단하게 하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언어가 발달하고, 가게놀이를 하기 위해서 숫자 세기를 하는 것은 모두 유아 개인의 생활이기 때문에 놀이가 되며 자발성을 갖게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놀이이다. 놀이는 삶이고 공부이다. 그런데 학원이나 학습지는 진도가 있고, 책도 있을 것이다. 예체능도 익혀야 하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타의에 의해서 정해진 진도 자체가 유아들의 자발성과 동기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 재밌다는 호기심을 가졌다가도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길을 잃게 된다.

유아들의 흥미와 집중력은 스스로 결정하고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될 때 극대화된다. 어떤 어머니는 놀이를 너무 주도하신다. 숲 초대에서 유아와 만들기를 하면서 “이걸 붙이면 눈 같지 않잖아, 이걸로 다시 붙이자.”라고 하며 열심히 참여해 주셨다. 하지만 이는 놀이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이 유아는 끝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퇴를 했는데, 그 이유는 “애가 너무 더러워져서 집에 오는 것이 싫다.”였다. 유아들의 놀이는 고스란히 그들의 것이어야 한다. 주도적인 놀이를 어려워하더라도 도와주기보단 지켜보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늘 강조했더니 얼마 전 유치원부터 대안교육까지 7년을 함께한 아버님이 질문을 하셨다. “지금도 학원을 가는 것이 나쁜 것인가?” 발달단계에 따라서 각자 발달시킨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단지 배우는 방법이나 내용이 어떠하든 스스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단계에 있을 때 해야 한다. 실컷 놀았고 제대로 놀았던 유아들은 이후에 어떤 방식의 학습을 해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또는 스스로 학습 방법이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무엇을 배우든 스스로 자습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놀잇감‘도 놀이를 방해하는 것에 해당된다. 멋진 장난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그냥 하나의 사물로 남는다. 잘 논다는 것은 놀잇감도 만들어내는 것을 포함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6. 03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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