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봄 반 부모님들이 상담을 하고 가셨다. “제가 별것 아닌 것에 너무 민감한가요?” 만나면 이런 걱정으로 시작을 한다. 큰 문제가 있을 때에만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열이 날 때 원인을 찾아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냥 있어도 좋은 상황과 해결 방안을 찾아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을 구분 지을 수 있다면 부모님의 부담과 걱정이 훨씬 줄어든다. 부모님이 걱정이 줄면 유아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유아들이 성장한 후에 결손을 남기지 않을 행동들은 기다려 주면 되고, 그대로 방치하여 성장한 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행동은 방법을 찾아서 발달을 도와주어야 한다. 유아기 신체 발달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해왔지만, 정서적인 안정 또한 이에 못지않게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정서가 다칠까 봐 너무 많은 걱정을 하시는 부모님들은 그로 인해서 꼭 해야 하는 교육을 놓치기도 한다. 유아가 유치원보다 엄마와 있고 싶어 한다면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고 허용해 주는 것이 맞을까? 유아의 전인적인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결석을 허용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봄 반이라면 발달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집에는 친구가 없다. 친구보다 엄마하고 있는 것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직 교우관계에 집중하는 발달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구들과 놀이하며 사회관계 기술을 익혀야 한다. “유치원에 가는 것은 너의 일이니까 떼를 써도 엄마는 너를 유치원에 가도록 할 거야.”라고 단호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 연령은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유아들은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 존중하면서 교육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내 자녀를 사랑하는 친구로 생각하면 의외로 답을 찾기 쉬운 순간이 많다. 친구에게 “나 오늘 놀고 싶으니까 너도 학교도 직장도 가지 말고 놀아야 해.”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나 주말에 놀고 싶은데 시간 내서 놀아줄 수 있어?”라고 상의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부모님의 스케줄에 맞추어 유아가 결석을 하도록 한다면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유아와 함께 상의한다면 자연스럽게 기획, 계획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유아들이 듣는 데서 “아, 미안해. 오늘은 수향이가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서 만날 수가 없어. 주말에 수향이랑 함께 만나자.”라고 친구와 통화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면 유아는 자연스럽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고, 나의 일과도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아버님이 “학교도 현장학습 인정해 주는데 유치원 결석하는 것이 안 되는 거야?”라고 하셨다고 한다. 초등학교 출결 상황은 졸업을 하기 위한 기준 일수를 맞추기 위함이다. 그 이하만 아니면 결석이 큰 의미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출석 처리한다는 것은 며칠 빠지더라도 교사와 하는 교육 활동에 지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정해진 교과서의 내용을 혼자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교사와의 교육 활동을 그런 것이 아니다. 교사의 교육 활동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고 집에서 해줄 수 없는 것이며, 교사와 학생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은 연속적인 것이고, 맥락 안에서, 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맥락을 놓치면 교육 효과가 반감된다. 교육부는 코로나로 인한 교육결손이 심각하다는 것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집에서 자습하고 학원에 가서 문제 풀이를 했다고 해서 결손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교육의 특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유아들은 신체발달, 사회관계 발달, 언어발달이 최고 속도로 늘어나야 하는 시기이며 이는 모두 관계 속에서, 집 밖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뇌의 발달조차도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코로나로 교사나 친구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면 심각성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이번 주에 상담을 하신 부모님들을 통해서 ‘잘해줘야 하는데, 내가 놀아줘야 하는데,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라는 강한 의무감은 오히려 유아들의 발달을 방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자녀에게 바람직한 일이라면 지키도록 요구해야 한다. 부모님이 당당하고 당연하게 요구할 때 훨씬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그리고 부모님이 먼저 다 챙겨주지 않아야 스스로 놀이도 계획하고, 유치원 늦을까 봐 걱정도 하고, 실수하는 경험도 하면서 발달이 촉진되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오늘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반에 모두 적용되는 내용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6. 16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