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을 어린이 급식에 내놓는 것이 인권 침해라고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유·아동에게 매움을 강요하는 건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매운 급식을 제공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교육부를 상대로 민원을 넣었다.
이 논란에 반대하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맛볼 기회를 박탈하는 게 되레 아동학대”, “편식 방조가 인권 침해”라고 반박하며 “음식이 맵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인 것도 아니고 맛볼 기회를 제공하는 게 어떻게 인권 침해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이 있어야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듯 음식도 마찬가지”라며 “아이들 입맛에만 맞는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 편식을 방조하는 게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논란을 위한 논란이며 학교 측이 고용한 전문 영양사는 열량과 영양 등을 고려해 식단을 짜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한다.
반대하는 학부모·교사는 “유난 떨다가 교육의 질만 저하한다.”, “어른도 아이도 매워하는 정도는 주관적인 사실이다”, “이런 것까지 트집 잡는다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든지 도시락을 싸줘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그 논리대로면 아이들 식성이 모두 다를 텐데 급식을 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라고 한다. 매운 음식 찬반 논란에 대해서 두 입장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은 6학년부터 만 3세까지 같은 음식을 먹기도 하는데 어떨 때는 맨밥 외에는 먹을 것이 없다.”라는 부모님의 글을 보면 유난을 떤다고 일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만 3세가 소화할 수 있는 음식과 초등 6학년이 먹어야 하는 음식에는 분명히 차이를 두어 배려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분명 성장기의 식습관은 다른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편식 습관을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아동학대라는 의견이 일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식 습관이 편중된 성향과 관계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여러 가지 맛에 노출되고 적절한 매운맛, 짠맛으로 올바른 성인의 식습관을 갖게 되어야 한다.
필자는 정작 중요한 것을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왜 단체급식을 해야 하는가? 라는 원론적인 접근은 저 멀리 간 것 같다. 부모님의 편리성을 위해서라고 한다면 더 이상 논의할 것도 없다. 무상급식은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세금 급식이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이런 논란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면 식사도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상급식이든 세금 급식이든 식사도 교육이라는 본질을 헤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식사 교육이 무엇인지는 각각의 논란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공장에서 만들어낸 음식을 처음 접하는 식사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나는 반대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비만과 기아는 미국 내 노동 생산성과 학업 성취도, 정신건강, 의료비 증가, 군사 준비 태세 등 국가에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며 “미국은 급박한 보건 위기를 겪고 있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만·기아로 미국 병들어. 10년 내 해결 어린이 질 좋은 음식 제공이 최고의 목표”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매우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역행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센트럴키친(중앙 집중식 조리시설) 사업이 식품업체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특히 학교 등 단체급식의 단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홍보한다. 시설이나 외식 사업장에서 원재료부터 다듬어 요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센트럴키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식자재를 전처리하거나 반조리한 상태로 현장에 공급하면 그만큼 투입되는 인력을 줄일 수 있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센트럴키친이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국내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이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라는 기사가 여기저기 올라온다. 신세계, CJ, 현대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세계 최고의 장수촌 오키나와의 평균수명이 최근 세계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원인이 서구화된 식습관과 공장 식품이라는 연구가 나오는 이 시기에 선진국이 먼저 행한다고 해서 일단 돈 벌고 보자는 기업과 일단 적은 예산으로 배만 불리자는 정부 정책이 만나서 기가 막힌 시너지를 내고 있다.
난 아직도 미련해 보이는 전처리 식품을 고수하느라 힘들다. 조리장들 대부분도 “집단 급식에서 반조리, 냉동 안 쓰는 곳 처음 보았어요. 비용도 두 배 이상이잖아요.” 라며 나를 회유하다 안 되면 처음의 계약을 무시한 채 도망하기 일쑤이다. 그래도 난 힘이 닿는 데 까지 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9. 23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