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권리에 대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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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겪고 있는 양육 가치에 대한 혼란은 당연하다. 부모들은 체벌 받아도 되는 세대였고, 산업화 경쟁으로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랐다. 자라면서 양육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부모 세대는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다. 아마 수능 과목에 ‘양육’이 있었다면 글로라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스러운 자녀를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존중하는 방법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를 존중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기질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인정(포기?)하고 환경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바르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녀와 관련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기질과 환경 중에 어디에 해당하는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아플 때 의사를 만나듯이 교육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교육 전문가는 내 자녀의 행복을 정말 바라는 사람, 교육에 대해서 오래 연구하고 경험한 사람, 내 자녀의 행복과 성장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위치의 사람이어야 한다.

2021년 11월 ‘정치하는 엄마들’이 교육부와 초등학교 등을 상대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급식이 매워 먹지 못하거나 배앓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었다. 인권위는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며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2022년 6월 진정을 기각했다. 이 시민단체는 전문가도 아니며 단순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우리 유아들은 봄학년에서 가을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을 잘 먹는다. 어느새 봄반 유아들도 유치원 음식에 익숙해졌는지 학년 초에 비해서 급식량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순차 조리도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음식이라도 꾸준히 제공하고 익숙해진다면 충분히 즐기게 된다는 것을 지난 9년간 확인했다. 한 유아가 홍합탕이 정말 맛있다고 여러 번 먹으면서 “난 처음 먹어보는데…, 왜 엄마는 이런 거 안 해주지?”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식은 문화다. 특별한 체질을 제외하면 온전히 환경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향신료를 이어가게 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릴 때 먹는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섭식을 시작하는 시점의 음식 선호도가 한 사람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먹은 음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거부감이 없이 찾게 되는데 건강한 음식을 즐기게 되면 평생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녀에게 나쁜 것을 허용하는 부모들에게 물으면 100% ‘자녀가 좋아하니까.’라고 답한다. 위 정치하는 엄마들은 고춧가루는 넣지 않지만 ‘자녀가 좋아하니까’ 인스턴트 식품을 먹이고 있지 않을까? 36개월 이상이면 어른과 함께 먹으면서 음식 문화에 익숙해지고 건강을 챙기도록 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한 장수촌 오키나와는 인스턴트, 서구식 식습관의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나자 이제 평균수명이 세계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 이는 문화의 변화가 미치는 큰 힘을 보여준다. 부모들도 아직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나이라서 자녀의 섭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결과는 과정의 누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식습관에 비유했듯이 자녀를 존중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늦었지만 2021년 1월 26일부터 친권자에 의한 징계를 일부 허용했던 민법 915조가 삭제되어 ‘사랑의 매’도 불허하게 되었다. 학대는 신체, 정서, 성 학대 외에 아동을 방임하는 것도 포함된다. 법에서 규정하는 협의의 방임뿐만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묵과하거나 잘못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방임이라는 것이 교육학자로서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 아동 권리의 귀결은 발달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가 어린이들과 같이 아동 인권에 대해 UN의 지적을 받고 있다. 잠도 모자라고, 인스턴트 음식 노출이 높고, 운동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초록우산재단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아동 권리 수준 인식이 10점 만점에 부모와 아동이 각각 5.7점과 5.4점으로 모두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가장 지켜지지 않은 권리는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는 보호권(부모 44%, 아동 32%)이고 잘 지켜지는 권리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생존권이다. 보호권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쓸데없는 주입식교육에 잠이 모자랄 정도로 시간을 허비하는 아동들에게 위안용으로 인터넷을 허용하고 있다. 이 자체가 나쁜 것을 제공하는 방임이다. 인터넷에는 유해한 정보들이 가득하지만 방어할 힘을 길러주지도 않고, 보호하지도 못한다. 건강한 발달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섭식, 운동, 잠을 보호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생존권만 지켜진다는 것은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부모들이 자녀의 일상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발달 결과가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하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1. 17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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