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는 교사에 의해 학습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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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학습과 놀이성의 발현은 36개월 전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ISCED (International Standard Classification of Education : UNESCO)를 비롯한 각 국가의 교육 분류가 36개월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유치원 입학을 36개월 기준으로 정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와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36개월 전후 유아의 양육자는 발달 속도와 단계에 맞추어서 아동을 대접해야 한다(여기서 필자가 양육자라고 명명하는 것은 최근 조부모님이나 그 밖의 양육자와 시간을 보내는 아동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유치원 입학 시기는 유아와 함께 양육자도 변해야 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유치원에 입학했는데도 밥을 떠 먹여주거나, 채소를 먹지 않는다고 모두 갈아서 주는 것은 정상적 발달을 방해하는 양육 태도이다. 개개인의 특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양육자가 발달단계를 인지하지 못하여 발달에 지장을 초래하는 안타까운 사례는 막아야 한다.

발달 속도보다 너무 앞서서 많은 기대를 하는 주입식교육 때문에 천천히 교육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확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발달을 주도하는 것은 신체 능력, 사회성, 자발성, 내적동기이다. 이런 발달에 힘을 쏟아야 할 때 실천하는 부모님은 많지 않다. 부모님뿐 아니라 교사들도 모른다. 얼마 전 필자가 대학 특강을 하면서 유아교육과 졸업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어떤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싶으신가요?” 모두 아동 중심, 놀이 중심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놀이 중심에서 하루일과를 교사가 구성하는 형식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이 질문부터는 대답이 엇갈렸다. “최대한 자유 놀이 시간을 확보해서 유아의 흥미 중심으로 진행해요.”, “학습지 시간을 최소화해야 해요.” 등등 이었다. 나의 질문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유아들은 모두 흥미가 같은가요?” 모두 “아니요. 각자의 흥미를 존중해야 해요.”, “그럼 모든 유아의 흥미에 맞추어 줄 수 있나요?”라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하죠?”에 대해선 아무도 정답을 말하지 못했다.

결국 놀이 중심 수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교사는 없다는 이야기다. 내 특강 대상은 3달 후에 교사가 될 사람들이고, 가장 이론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을 학생들이기도 하다. 이러면 우리나라 유아교육, 놀이 중심 교육의 결과는 실패로 판정 날 것이다. 아무도 놀이 중심 수업의 방법을 모르니까. 실행할 수 없고 그 결과도 참혹할 것이다. 그러면서 “역시 놀면 안 돼.”라는 결론을 내릴까 우려된다.

그런데 그건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론으로 무장된 교수들, 학자들은 놀이의 특징, 방법을 설명할 수 있지만, 다수의 유아가 모였을 때 흥미를 어떻게 끌어야 하는지 현장과 접목한 결과를 본 적은 없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점이 드러난 외국 프로그램들을 보완 없이 그대로 흉내 내는 이유와 같다. ‘발도로프교육, 프로젝트교육, 레지오 에밀리아, 몬테소리’ 내가 대학에서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을 강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선행프로그램들이다. 그 이유는 각 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성을 알고 최신의 연구 결과에 비추어 문제점을 찾아내어 앞으로 교육해야 하는 방안을 찾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은 이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허울만 이용할 뿐이니 학생들이 “주입식 교육은 조금만 하고”라며 취업을 위해 타협하는 현실과 함께 안타깝다.

학생들에게 “주입식교육을 하니 어떤 효과가 보이던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한글을 조금 아는 것 같습니다. 수도 써보니까 안 하는 것보다는…”라고 대답했다. “주입식의 방법밖에 없었을까요?”라는 질문에 모두 입을 닫았다. 이 역시 방법을 배운 적도, 스스로 답을 찾기도 역부족이니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현재 자격연수를 받는 L교사가 “5년 이상 된 교사들도 노는 것을 지켜보고 사진만 찍으면 된대요.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난감해서 그냥 있었어요. 그러면서 후기에 석성숲유치원 선생님께 많이 배워서 좋았대요. 저는 얻은 것이 없는데.”라고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연결해서 생각하면 연차가 5년 이상 된 교사들의 반응이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태로 교사가 되고, 교사가 된 후에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연차만 찬 것이다. 교사들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답을 찾고자 필자는 유치원을 시작했고, 2년 이상의 연구에서 드디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는 확신을 찾았다. 필자가 공부를 시작한 지 34년 만의 결실이다.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으나, 나의 옆에 있는 교사들 외에 다른 현장의 교사들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임을 인정한다. 필자는 놀이를 통해서 유아가 얼마나 많은 학습을 할 수 있는지 유아를 통해서 교육의 성과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는 정말 돋보이는 한 유아의 1년간 기록을 중심으로 놀이가 학습이며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실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2. 14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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