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여성의 글로벌 마인드 (Globa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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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나풀나풀 공주 치마에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꽂고 유치원에 방문하는 여아들을 보면 석성숲유치원에서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유아들의 선호도는 성인과 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신의 유전자를 환경에 의해 완성하는 시기가 유아기이다. 그래서 최대한 치우치지 않고 다방면의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여아들이 여자다운 것, 반짝이는 것,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학습되는 것이다. 모든 성인이 뱀을 보면서 ‘아름답다.’, ‘쓰다듬고 싶다.’라는 정서를 갖는다면 유아들도 뱀에 대해서 좋은 정서를 갖는다는 연구가 있다. 사회의 영향으로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고 예쁘네.”, “똑똑하게 생겼네.”, “공주 같네.” 등 타인의 평가에 익숙해지는 것은 앞으로도 내면을 의식하기보다 타인의 평가에 얽매이는 성향을 길러가게 된다.

필자가 여아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는 우선 자유로운 놀이가 방해받기 때문이다. 레이스가 잔뜩 달린 치마를 입고 산에서 노는 것은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 또 옷이 놀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예쁜 것보다 놀이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유아기는 남녀 모두 놀이가 가장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우리가 결과에 대해서 ‘잘했다, 대단하다, 최고다’라고 칭찬하면 안 되는 이유는 도전해야 하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방어적인 자세를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결과의 칭찬은 평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평가는 비교하게 한다. 유아들이 부모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난 못 그려, 엄마가 그려줘.”라고 하지 않고 스스로 그리는 과정을 즐기고 뿌듯해해야 한다. 예쁜 옷이나 칭찬은 모두 내면의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 경쟁, 과시가 담겨있어서 과정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며, 유아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유아기는 자신 안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움직이는 성향을 키워야 하는 시기이다.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 타인의 입장도 존중할 수 있다. 모두 한가지의 잣대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존엄함이 있음을 유아기에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 이 세상은 점차 복잡해지고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속속 나오고 있으므로 한가지의 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일이다. 필자가 만약 조선시대 이전에 태어났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못했겠지만, 여자는 사회와 가문이 원하는 대로 예쁘게 단장하고 얌전하게 바느질과 음식을 잘해서 남성 중심 가문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고에 머물렀을 것이다. 지금 나의 딸을 예쁘게 꾸며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내 딸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이 작은 것 하나부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외모 좀 꾸미는 것을 너무 확대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성인들과 다른 유아들의 특성상, 이 작은 경험들이 모여서 궁극의 의식을 형성한다. 마스크가 유아들의 성향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음을 목격했다. 한참 전부터 한숲 학생들은 가능한 마스크를 쓰지 않도록 했다. 마스크 뒤에 숨어 무표정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필자가 방역에 대한 책임을 지는 한이 있어도 교육의 중요함을 생각했다. 참여율이 낮고 의욕이 적은 학생들은 끝까지 벗으려 하지 않았다. 교육일선에 있는 지인들 모두 느끼는 문제라고 했다.

얼마 전 대통령의 짧은 연설을 들으면서 나와 같은 심각성을 느꼈는지 궁금했다. “우리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산업화 이전까지 유아의 인권은 없었다. 있는 집안은 유아에게 어른처럼 불편한 정장을 입혔다. 유아들을 위함이 아니라 체면 때문에. 그때는 그것이 표준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세계표준은 공주 치마를 입고 뽐내는 것이 아니라 유아들을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아, 학생이 세계경쟁력을 가지려면 나와 다른 모든 것을 인정할 수 있는 포용력,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민주시민, 법 정신, 인간관계의 확장성, 자국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 건강한 집단가치를 지킬 수 있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면 성장한 후 얼마든지 갖출 수 있지만 유아기에 앞서 제시한 조건들을 채우지 못하면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것은 어렵다. 사람은 어릴 때 받아들인 사회 문화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한 집단의 의식이 바뀌려면 선구자가 필요하고 한 세대의 혁신적 사고와 희생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의식과 사고는 유아기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장한 이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이 인권을 가진 것이 오래되지 않았으며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인권이 없는 여성도 있다. 이 사회도 상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 더디게 바뀌고 있으므로 필자는 특히 여아들이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바탕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3. 02. 0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