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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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행동주의 학자들은 사람의 학습 과정을 동물의 학습 과정과 동일시 하여 인간의 학습을 동물이 본능에 의지해서 터득하는 행동 변화로 설명하였다. 행동주의의 완성이라고 할 만큼 주목을 받았던 하버드 대학의 교수(1958년~1974년) 스키너의 실험들은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도 그의 이론으로 많은 사람이 학습을 설명하거나 이용하고 있다. 스키너는 실험을 위해서 동물들이 들어가서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상자를 이용하곤 했다. 많은 학자는 이렇게 처치된 상자를 ‘스키너 상자’라고 불렀지만 정작 스키너는 그렇게 불리기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스키너 스스로 그 실험 상자가 윤리적으로 불편했던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의 가장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비둘기 상자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는 비둘기가 먹이를 먹고 싶도록 충분히 굶긴 후에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행동과 먹이가 바로 연결되는 이런 행동에서 더 나아가 비둘기가 날개를 펴는 등의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먹이를 주는 조작된 환경을 만들면 비둘기는 이런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결과로 내놓았다. 스키너는 조작된 환경 속에서 동물의 행동을 조건부로 형성하는 원리를 제시했으며 이는 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즉 비둘기가 날개를 펴는 동작은 먹이를 위해서 터득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스키너는 인간 행동도 외부적인 자극과 보상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행동주의의 핵심 원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키너의 연구는 행동주의 이론을 탄탄하게 만들었고, 특히 학습 이론과 동기 이론의 기반이 되었다. 그의 연구는 학교에서의 교육 방법론을 혁신하고 체벌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으로 길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널리 퍼지게 하였다. 비둘기를 굶긴 상황의 설정은 사람의 교육에서는 절실한 결핍 찾아서 이용하도록 하였다. 성인들이 원하는 것을 시키기 위해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권을 옹호하는 방법으로 보였을 것이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은 아직도 스키너의 추종자이다.

스마트기기 이용시간을 조건부로 하기 싫은 공부를 참아내도록 유도하고, 시험성적을 결과물(먹이가 나오는 레버를 누르는)로 용돈, 혹은 새로운 스마트폰이라는 먹이를 제공한다. 스키너의 이론은 공포로 일관된 일제식 학교를 벗어난 대한민국 교육의 표본이었던 미국에서도 큰 반향이 되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비교적 유럽의 학문 동향과 맥을 같이 하는 나라들이 교육적으로 행동주의 성향을 덜 보이고 발전적인 이유인 것 같다.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은 목적한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칙센트 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화가들의 행동을 통해서 몰입이론을 설명했다. 인간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화가들은 고생해서 그린 그림이 완성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그림그리기를 멈추거나 보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그림은 밀어두고 다시 새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창조성은 비둘기처럼 먹이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런 미하이의 이론은 최근까지도 인간의 웰빙, 행복, 철학, 창조성 등과 연결되어 1,800여 편의 연구가 검색된다. 스마트기기를 만들거나 앱을 개발하여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철저히 비둘기처럼 조건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독시키면 된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AI와 기계를 이기는 행복한 사람을 만들고 싶다면 그런 식의 조건화로 인간만의 독창성과 행복을 뺏으면 안 된다.

미하이가 관찰한 화가들처럼 과정을 즐기며 공부하고, 해 보니까 뿌듯해서 또 하고 싶은 선순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성향을 만드는 결정적인 시기도 유아기이다. 이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문제의식조차 없는 부모, 교사로 인해서 가망 없는 비둘기가 되어가는 많은 유아들이 안타깝다. 책을 읽으면 스티커를 주고, 인사를 잘해서 스티커를 주면 주인공은 스티커인가?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3. 17 교육이야기

 

미하이 이론을 연구한 1800여개의 연구 중 몇 편을 소개한다.

Shin, G. (2023). Development of Virtual Reality Music Educational Contents Based on Mihaly Csikszentmihalyi’s Flow Theory. (Doctoral dissertation,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Graduate School). Advisor: Min, K.

Boyd-Wilson, B. M., Walkey, F. H., & McClure, J. (2002). Present and correct: we kid ourselves less when we live in the moment. Personality & Individual Differences, 33(5), 691.

Lema Ardila, J. E. (2022). Mihaly Csikszentmihalyi y la creatividad con C mayúscula. Revista Académica Estesis, 12(1), 64-87.

Csikszentmihalyi, M., & Lebuda, I. (2017). A Window Into the Bright Side of Psychology: Interview With Mihaly Csikszentmihalyi. Europe’s Journal of Psychology, 13(4), 810-821.

Beard, K. S., & Csikszentmihalyi, M. (2015). Theoretically Speaking: An Interview with Mihaly Csikszentmihalyi on Flow Theory Development and Its Usefulness in Addressing Contemporary Challenges in Education.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27(2), 353-364.

Kim, C. S. (2014). A Comparative Study of Toegye’s Mindfulness Theory and Csikszentmihalyi’s Flow Theory. Korean Public Administration History Review, 35, 285.